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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있는데 나도 검사해달라” 막무가내 검사요청 쇄도… 주말 보건소마다 몸살

입력 | 2020-02-10 03:00:00

[신종 코로나 확산]
‘中방문 안했어도 감염의심땐 검사’… 당국 대상확대에 평소 2배 몰려




9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 앞에서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이 한 시민을 안내하고 있다. 이날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는 3명이 추가돼 총 27명이 됐다. 뉴스1

“내가 확진 받으면 당신들이 책임질 겁니까?”

주말 동안 서울지역 보건소마다 이렇게 따지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검사를 요구하는 전화다. “같은 아파트 주민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가 다녀간 마트에 갔었다”며 검사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접촉자로 확인되거나 중국 등 방문 이력이 있으면서 증상이 나타난 경우가 아니면 검사를 받기 어렵다. 하지만 불안감이 커지면서 곳곳에서 검사 여부를 놓고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보건당국은 7일부터 중국을 방문하지 않아도 감염이 의심되면 의료진의 판단을 거쳐 신종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검사 대상 확대 이후 첫 주말인 8일 의심환자 수는 전날보다 56% 급증한 2073명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19번 환자의 거주지를 관할하는 서울 송파보건소는 8일 하루에만 약 320건의 진단 검사 요청을 받았다. 지난주 평일보다 2배 늘어난 수치. 그러나 이 중 의사의 진찰이 이뤄진 것은 25건에 불과하다.

정부가 밝힌 하루 검사 가능 건수가 최대 3000건에 불과해 주민들의 요청을 모두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보 취재 결과 9일 실제 진단 검사가 가능한 건 총 200건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산시스템 등 검사 준비가 미흡해서다. 진단 검사 기관으로 지정된 수도권의 한 병원 관계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수가를 너무 늦게 산정한 탓에 시스템 준비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송파보건소 관계자는 “검사를 요청하는 시민들에게 거절한 사유를 납득시키기가 쉽지 않다. 현장에서는 상당한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남보건소 관계자도 “단순히 열만 나는데도 진단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있다”며 “‘검사를 안 해주면 부실 대응으로 제보하겠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검사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의료진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질병관리본부가 ‘의사 소견에 따라 신종 코로나가 의심되는 자’를 의심환자(의사환자) 사례 정의에 넣으면서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북지역의 한 선별진료소 의사는 “정부가 구체적인 지침도 없이 의료진에게 판단하라고 하는 것은 책임 전가”라며 “현장 의사들로서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 대학병원 의사는 “선별진료소가 있어도 불안한 환자들이 3차 의료기관으로 몰리고 있다”며 “인력은 그대로인데 의심환자들이 몰리면 중증 환자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지원 4g1@donga.com·이소정·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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