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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힘들었는데 올해는 더 어려워… 악쓰는 심정으로 버텨”

입력 | 2020-02-10 03:00:00

[신종 코로나 확산]자영업 쇼크, 한국 경제에도 타격




발 디딜 틈 없었는데… 인적 드문 광장시장 9일 평소 주말이면 인파로 가득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먹자골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찾는 이가 크게 줄어 한적하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충격에 자영업자들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 충격이 있기 전부터도 자영업 경기는 이미 부진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소득이라고 할 수 있는 작년 3분기(7∼9월) 사업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4.9% 감소한 월평균 87만9000원이었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율이었다. 신종 코로나 여파가 계속되면 이 흐름이 더 악화될 수 있다.

○ “악을 쓰는 심정으로 버틴다”

자영업은 신종 코로나 발병 이후 나타난 소비심리 위축의 접점에 있다. 그만큼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실제로 8, 9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방문한 수도권 주요 상권에서는 곳곳에서 경영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 씨(45)는 “아직 이태원 쪽으로는 확진자가 들렀다는 소식이 없어 그나마 손님이 평소의 절반 정도라도 있는 상황”이라며 “‘제발 우리 동네만은 피해 가 달라’고 매일 몇 번씩 기도할 지경”이라고 했다.

어느 가게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문이 퍼지면 해당 업소뿐 아니라 인근 지역 전체가 초토화된다. 3번째 확진자가 경기 고양시의 한 분식점에 들렀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인근 가게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분식점 주인 육모 씨(53)는 “우리 매장은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 봤자 소용이 없다. 1년 중 장사가 가장 잘되는 겨울철인데도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19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송파구의 한 칼국수집 사장은 “평소 평일은 50테이블 정도 받는데 소문이 나면서 손님 발길이 거의 끊겼다”고 한탄했다.

여러 사람이 공용으로 이용하는 업소들은 대부분 손님이 감소했다. 9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 있는 한 사우나 사장은 “평소 주말에 비해 절반 넘게 손님이 줄었다”며 “인건비가 부담돼 24시간 운영도 접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헬스클럽 대표 윤모 씨(42)도 “1년 이상 장기계약 고객들에게서 멤버십을 중지해 달라는 요청을 여러 건 받았다”고 했다.

숙박업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주모 씨(56)는 “원래 주말에는 객실 50여 개가 거의 다 차는데 오늘(9일)은 객실 이용률이 30% 남짓이다. 인근 송파구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 후에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23번째 환자가 머물렀던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PC방 사장은 “PC방에 찾아와서 자녀를 끌고 가는 부모도 있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에서 일하는 A 씨는 “입학식과 졸업식이 대거 취소돼 공판장 자체가 마비될 정도”라며 “생화는 며칠만 지나도 다 버려야 해 악을 쓰는 심정으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한 돌잔치 업체 대표는 “위약금을 물더라도 일정을 취소하겠다는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약 일주일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파악한 신종 코로나 관련 소상공인 피해와 지원 문의는 546건. 공단 관계자는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빠듯하다 보니 마스크를 사는 것도 부담이라는 상인도 많다”고 전했다.

○ 경기회복 기대는커녕 마이너스 성장 우려


자영업 충격이 가시화되면서 연초 정부 등에서 나왔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쑥 들어간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신종 코로나 확산은 향후 경기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외 투자은행(IB)과 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올 1분기(1∼3월) 한국 경제가 1년 만에 다시 역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3% 감소할 것으로 봤다.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7%로 낮췄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되면 연간 2%대 성장률 사수가 불투명해진다. 일부 기관들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이미 1%대로 낮추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0%에 그칠 것이란 관측마저 있다. 영국 경제 분석 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중국의 올 한 해 성장률 전망치를 6%에서 5.4%로 낮췄다.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5%로 낮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03년 세계 GDP 중 중국 비중은 4.3%였지만, 지난해엔 16.3%로 확대됐다”며 신종 코로나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클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이달 중 수출과 업종별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말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은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한 2015년에도 첫 환자가 생긴 다음 달인 6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바 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 / 김소민·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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