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30대 쉬(許)모 씨는 얼마 전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 단체방에 이렇게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중국 공산당원인 그는 빅데이터 관련 기업의 CEO다. 이어지는 글의 결말은 이렇다.
“누군가 답했다. ‘그럴 수 없을걸. 9번째 괴담 유포자로 잡히기만 할 거야’라고.”
자신도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안타깝게 34세로 짧은 생을 마친 리원량을 중국인들은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라고 부르며 추모하고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난 7일 새벽 수많은 중국인들이 SNS 웨이보를 통해 분노했다.
“너무 참혹하다. 리원량이 천국에서는 모함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핍박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출근해서 이상함을 발견하고 관계된 사람들에게 경고한 평범한 일이 비정상적인 일로 취급당했다. 도대체 무엇이 비정상인가.”
이날 새벽 내내 웨이보를 보며 리원량이 다시 살아나는 기적을 기도했다는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의 20대 여성 장(姜)모 씨는 “웨이보에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당국을 비판하는 글이 많았고 헌법에 언론자유의 권리가 있다는 걸 얘기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의 20, 30대 젊은이들은 비교적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 ‘조국’에 대한 자부심과 애국심이 강하다. 그들 일부가 당국을 비판하기 시작했다는 건 여론을 통제한 데 대한 중국인들의 분노가 매우 크다는 걸 반영한다.
“상업 매체 발전과 웨이보 위챗 등 소셜미디어의 출현으로 개인의 목소리가 무한하게 커졌다. 넓은 정보의 바다에서 진실을 숨기려는 어떤 시도도 분명 헛될 것이다. 전통적인 정보 관리 통제로는 효과를 보기 매우 어려워졌다.”
중국에서 보기 드문 일갈이었다. 지식인 사회가 이번 사태로 드러난 정보 통제의 문제점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지 대변한다. 쉬 씨는 이 글을 소개하면서 “바이러스처럼 우리를 질식하게 하는, 전염병과 사투하는 이들을 힘들게 하는 장애를 없애려는 노력”이라고 평했다.
웨이보에는 “우리 입을 막는 건 마스크도 바이러스도 아니다”라는 글이 올랐다. 중국 당국은 그간 사회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민감한 정보와 여론을 검열, 통제해왔다. 이제 그런 기존 방식만으로는 중국인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어려워진 것 같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