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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연아’ 경쟁 끝… ‘유영 시대’ 열었다

입력 | 2020-02-10 03:00:00

‘4대륙’ 2위, 한국 11년 만의 메달… 프리 149.68점 받고 총점 223.23
220점 넘긴건 김연아 이후 처음… “이젠 내가 피겨 이끌고 빛내고파”
하뉴 압도적 우승… 차준환은 5위




한국 여자 피겨 간판 유영이 8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스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유영은 이날 프리스케이팅 개인 최고점을 갱신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작은 사진은 깜짝 시상자로 나선 ‘우상’ 김연아와 나란히 선 유영. 주현희 스포츠동아 기자 teth1147@donga.com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7)이 미국프로농구(NBA) 무대를 떠나자 여기저기서 자칭 타칭 제2의 조던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반짝 스타’로 끝났다. 결국 끝까지 조던에 필적할 만한 성적을 거둔 건 코비 브라이언트(1978∼2020)뿐이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무대도 비슷하다. ‘피겨 여왕’ 김연아(30)가 은퇴한 뒤로 여기저기서 자칭 타칭 제2의 김연아가 등장했지만 대부분 국제 경쟁력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살아남은 선수가 바로 2020 청소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영(16)이다.

다음 달 김연아의 모교 수리고에 입학하는 유영은 2019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무대에 데뷔했다. 한국 여자 선수가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전에서 메달리스트가 된 건 2006년 같은 대회 때 김연아(동메달)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었다.

유영의 성장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유영은 8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9.68점을 받으면서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최고 점수를 새로 썼다. 쇼트프로그램 점수(73.55점)까지 합친 총점 223.23점 역시 개인 최고점이었다. 한국 여자 선수가 ISU 공인 대회에서 220점 이상을 받은 건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 김연아(228.56점) 이후 유영이 처음이다.

이 대회에서 유영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건 총점 232.34점을 기록한 기히라 리카(18·일본) 한 명뿐이었다. 유영이 4대륙 선수권 데뷔 무대를 ‘은빛’으로 장식한 것. 그러면서 유영은 2009년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4대륙 선수권 포디엄(시상대)에 오른 한국 선수가 됐다. 유영은 이날 보조 시상자로 나선 김연아에게 인형 선물을 받았다.

유영은 시상식 후 “솔직히 연아 언니가 시상자인 줄 모르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겉으로는 표현을 못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너무 좋아서 팔짝팔짝 뛰었다. 연아 언니가 ‘축하해요’라고 한마디를 해주셨는데 진심이 느껴졌다”면서 “연아 언니를 보고 피겨를 시작했다. 이제는 제가 피겨를 이끌고 빛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연아 키즈’였던 그가 ‘유영 키즈’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한편 9일 남자 싱글에 출전한 차준환(19·고려대·사진)은 총점 265.43점으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남자 싱글 선수가 이 대회에서 남긴 최고 성적이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혔던 하뉴 유즈루(26·일본)가 299.42점으로 이 대회 개인 첫 금메달을 따냈다. 이미 올림픽(2014년 소치, 2018년 평창), 세계선수권대회,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 경험이 모두 있던 하뉴는 이날 우승으로 피겨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첫 번째 남자 선수가 됐다. 남녀를 통틀어 김연아가 처음 이 기록을 남겼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