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25번째 확진자가 처음 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을 때 의료진과 보건당국이 의심 환자로 판단하고도 신종 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은 채 돌려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진료소를 나간 확진자는 대형 슈퍼마켓에 들러 시민 7명과 접촉했다.
10일 질병관리본부(질본)와 시흥시보건소에 따르면 25번째 확진자인 A 씨(73·여)는 7일 오전 9시 8분 경기 시흥시 신천연합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26번째 확진자인 아들 B 씨(52)도 동행했다. 의료진은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A 씨 목 안에서 검체를 채취했다.
이후 선별진료소는 시흥시보건소로 연락해 A 씨 검체를 어느 기관에 맡겨야 하는지 물었다. 하지만 보건소는 답하지 못했다고 한다. A 씨는 2주 안에 중국을 방문하지도, 확진자와 접촉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A 씨가 진료소를 찾은 7일부터 A 씨 같은 환자도 의심 환자로 보고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지침을 바꿨다. 시흥시보건소 관계자는 “검사 대상을 확대한 첫날이라 어떤 기관에서 검체 검사를 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병원을 나온 A 씨와 아들은 오전 10시 44분 인근 대형 슈퍼마켓인 ‘엘마트 시흥점’에서 장을 보며 직원 3명, 고객 4명과 접촉했다. 이후 집에 간 A 씨는 이튿날인 8일 오후 2시 신천연합병원 선별진료소를 다시 찾았다. A 씨는 9일 확진 판정을 받고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됐다.
27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A 씨의 중국인 며느리 C 씨(38)도 귀국 닷새 만인 이달 5일 열이 나 신천연합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검사를 받지 못했다. 당시 기준을 보면 14일 안에 중국 후베이성에 방문한 사람만 검사 대상이었다. 광저우 등을 방문했던 C 씨는 입국 뒤 줄곧 자택인 시흥시 아파트에 머물렀다. C 씨는 9일 오전 시어머니 A 씨가 확진자로 분류된 뒤 그날 오후 검사를 받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시흥=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