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는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 세계 시장에 편입이 더딘 아프리카는 자생적인 감염병이 아니면 그 유행을 용케 비켜가곤 했다. 2003년 사스(SARS) 확진 환자는 1명, 2015년 메르스(MERS) 확진 환자는 5명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추진하는 과정에 발생한 이번 우한 폐렴은 예전과는 그 위험 정도가 다르다. 중국 기업이 2005∼2018년 아프리카에 투자한 돈은 약 3000억 달러. 현재 아프리카에는 중국인 100만 명이 거주하고 있고, 중국에서 공부하는 아프리카 유학생은 8만여 명이다.
▷자국민을 어렵게 데려온다 한들 진단할 능력도 부실하다. 지난달 코트디부아르에서 우한 폐렴 의심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은 약 7000km 떨어진 프랑스 파리로 바이러스 검체를 보냈다. 아프리카 내 우한 폐렴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기관은 단 6곳. 격리·치료시설 등 보건의료 인프라도 열악하다. 의료진이 말라리아 홍역 등 다른 감염병과 총력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방역망이 뚫리면 우한 폐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
▷‘인천에는 날마다 20명의 사망자가 생겨 발인 없는 날이 없고, 각 절에는 불시에 대번망(大繁忙)을 이룬다….’(매일신보·1918년 11월). 스페인독감이 한국에 상륙했던 1918년 인구의 38%인 288만 명이 감염돼 14만 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2020년 한국, 우한 폐렴이 상륙했다. 미국 일본 프랑스처럼 전세기를 띄워 자국민을 실어올 수 있는 나라가 됐고, ‘PCR 기법’ 시약을 다른 나라보다 앞서 개발해 감염 여부를 신속히 진단하는 등 첨단 방역 시스템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력에 따라 그 국민은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