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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더 키운 공소장 논란[현장에서/김정훈]

입력 | 2020-02-11 03:00:00


6일 서울고검에서 열린 의정관 현판식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가운데).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정훈 사회부 기자

“다른 때도 아니고 왜 하필 지금 공소장을 비공개하는 것이냐.”

일선 검사들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하자 이같이 반발했다.

법무부가 7일 추가 설명자료를 공개하면서 설득에 나섰지만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역풍이 일고 있다. 설명자료는 A4용지 5쪽 분량으로 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 추정의 원칙 등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말은 맨 마지막에 한 번 등장했다. 특히 5쪽 중 4쪽엔 미국의 사례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공소장 비공개가 정당하다는 주장이 담겼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해 검찰 기소 단계에서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법무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응은 ‘왜 하필 지금이냐’는 것이다. 2005년 이후 검찰에서 공개를 동의한 공소장을 법무부가 국회에 제공하는 것을 거부한 전례가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지난달 3일 추 장관이 취임한 뒤에도 법무부가 공소장 전문을 국회에 제출한 적이 있었다. 11년 지기 절친에게 살해된 경찰관과 관련한 공소장은 지난달 15일 국회의 공개 요청 이틀 만에 곧바로 국회에 전달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이 공개돼도 수사에 지장이 없다고 동의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출석이 가시화될 때 공개 출석 폐지를 한 상황이 떠오른다”는 말까지 나왔다.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가 피고인이 아니었다면 추 장관이 그런 결정을 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설명자료에 미국 사례의 원칙과 예외를 뒤집은 것은 논란을 더 키웠다. 미국 연방 법무부 홈페이지만 보더라도 미국에서는 기소 즉시 공소장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법무부의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피의자 체포 등 수사상 필요에 의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소 즉시 공소장 전문을 공개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일부 언론 기사를 반박하며 “대배심 재판에 의해 기소됐으나, 법원의 봉인 명령에 따라 공소장이 비공개 상태에 있다가 피고인이 체포된 후 법원의 최초기일에 출석해 봉인이 해제된 경우”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법에 규정된 ‘대배심(grand jury)’은 정식 재판이 아니라 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대배심원단에게 혐의와 증거에 대해 설명하는 절차다.

추 장관은 1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는다. 정치권에선 “숨기는 자가 범인”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고, 진보 진영조차 “비공개 방침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추 장관이 어떤 설명을 할지 궁금하다.
 
김정훈 사회부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