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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참상 고발 시민기자 천추스 실종… ‘제2 리원량’ 들썩

입력 | 2020-02-11 03:00:00

게재한 영상서 “공안 무섭다” 토로… CNN “가족엔 ‘격리됐다’ 통보뿐”




지난해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가 당국의 탄압을 받았던 34세 중국 안과의사 리원량(李文亮)이 7일 숨진 가운데 우한 참상을 고발한 인권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陳秋實·35·사진) 씨의 행방도 묘연하다. 중국 정부의 여론 통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그가 ‘제2의 리원량’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CNN은 코로나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에서 사태를 고발해 온 천 씨가 6일부터 실종 상태라고 보도했다. 가족은 당국으로부터 그가 격리됐다는 통보만 받았을 뿐 이유와 정확한 행방을 모르고 있다. 그의 친구인 유명 무술인 쉬샤오둥(徐曉冬)도 유튜브에서 “당국이 부모에게 구금 사실만 알렸다. 부모가 추가 정보를 묻자 답을 거부했다”고 고발했다. 천 씨의 모친은 동영상을 통해 “아들을 찾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칭다오 출신인 천 씨는 우한 봉쇄령이 내려지고 하루 뒤인 지난달 24일부터 우한 병원, 장례식장 등의 상황을 전한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렸다. 당국의 조직적 은폐 논란, 관영 매체의 일방적인 친(親)정부 보도에 대한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그의 동영상은 누리꾼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천 씨는 지난달 30일 영상에서 “무섭다. 앞에는 바이러스가 있고 뒤에는 공안이 있다”며 당국이 자신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살아 있는 한 우한에서 보도를 계속할 것”이라며 “죽는 게 두렵지 않다. 내가 왜 공산당을 두려워해야 하느냐”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8월 반정부 시위가 열리는 홍콩을 찾아 웨이보로 라이브 중계를 했다. 베이징으로 돌아온 후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 추종자가 74만 명에 이르렀던 그의 웨이보 계정도 돌연 삭제됐다. 천 씨는 두 달 후 유튜브와 트위터로 “각 부처로부터 조사를 받았다”고 알렸다. 그는 최근 미 온라인매체 쿼츠에 “경찰이 나를 찾을 수 없다며 칭다오의 부모님 집을 찾아왔다. ‘아들이 정부에 부정적 발언을 퍼뜨리지 못하게 하라’며 부모님을 압박했다”고 공개했다.

그의 실종은 리원량의 사망과 연관돼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웨이보에는 제2의 리원량을 용납할 수 없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관련 글 대부분이 바로 삭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우한 및 칭다오 경찰에 연락했지만 양측 모두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