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오스카 역사 바꾸다]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이모저모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결혼 이야기’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로라 던이 오스카상을 들고 웃고 있다(왼쪽 사진). ‘1917’로 촬영상을 받은 로저 디킨스 촬영감독(가운데 사진). 영화 ‘로켓맨’의 ‘(아임 고나) 러브 미 어게인’으로 주제가상을 받은 가수 엘턴 존.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함정에 빠진 아군을 구하기 위해 적진으로 달려가는 두 영국 병사의 이야기를 그린 ‘1917’은 지옥 같은 전쟁터를 속도감 있게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총알이 날아드는 전쟁터를 누비는 병사들의 여정이 두 시간 내내 생생하게 그려진다. 2013년 ‘라이프 오브 파이’로 시각효과상을 받았던 기욤 로슈롱 시각효과 감독은 “‘1917’은 큰 도전이었다. 샘 멘데스 감독과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준 제작진에 고맙다”고 전했다.
남우·여우주연상은 이변이 없었다.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남우주연상을, ‘주디’의 러네이 젤위거가 여우주연상을 각각 수상했다. 희대의 악당 ‘조커’ 연기로 첫 오스카 트로피를 받은 호아킨 피닉스는 마이크 앞에서 눈물을 훔쳤다. 그는 “내 인생의 악당은 나였다. 난 이기적이었고 가끔은 잔인했고 (나와) 함께 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제게 인생의 실패를 딛고 두 번째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공개 석상에서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내기로 유명한 그는 이날도 “특정 인종, 성별, 종(種)이 다른 대상을 지배하는 데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배우이자 그의 친형 리버 피닉스가 쓴 가사도 언급했다. “사랑을 갖고 타인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다면 평화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입니다.”
‘연기 신(神)’들의 대결로 화제를 모은 올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브래드 피트에게 돌아갔다. 그는 톰 행크스(‘어 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 앤서니 홉킨스(‘두 교황’), 알 파치노(‘아이리시맨’), 조 페시(‘아이리시맨’) 등 영화계 전설들을 제쳤다. 후보 중 최연소인 그는 2012년 영화 ‘머니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뒤 8년 만에 후보에 올라 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나는 원래 뒤를 잘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지만, 이제는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와 미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제작에 관여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는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수상했다. 2018년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세운 프로덕션 ‘하이어 그라운드’가 처음 내놓은 작품으로 고통스러운 경제 변화와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재능 있고 순수한 두 사람(제작진)이 프로덕션에 첫 오스카상을 안겨줘 기쁘다”고 밝혔다.
‘조커’는 음악상도 거머쥐며 2관왕에 올랐다. ‘조커’의 힐뒤르 귀드나도티르 작곡가는 “모든 소녀, 여성, 어머니와 딸들에게 수상의 영예를 돌린다. 우리가 좀 더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