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동아일보DB
“영화 전체의 흐름을 규정해버리는 선배님.”(봉 감독이 송강호에게)
영화 ‘살인의 추억’(2003년)을 시작으로 ‘괴물’(2006년)과 ‘설국열차’(2013년)를 거쳐 ‘기생충’까지 봉 감독의 필모그래피 가운데서도 가장 빛나는 작품들의 포스터 전면에는 예외 없이 배우 송강호의 얼굴이 있다.
그래서 ‘봉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표현이 송강호에게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봉 감독은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소감으로 “위대한 배우가 없었다면 한 장면도 찍지 못할 영화였다”며 그에게 영광을 돌렸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석권은 송강호와 봉 감독의 작고 아름다운 첫 만남이 맺은 세계적인 결실이다. 무명 시절 송강호가 단역 오디션에서 떨어진 뒤 당시 조감독이던 봉 감독이 “언젠가 꼭 함께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던 것. ‘반칙왕’(2000년)과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등으로 인기 배우 반열에 오른 송강호는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년)의 흥행에 실패한 봉 감독의 캐스팅을 선뜻 받아들였다. 그렇게 ‘살인의 추억’이 탄생했다.
송강호는 지난해 제72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엑설런스 어워드’를 받았다. 아시아 배우 가운데 첫 수상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LA비평가협회상 남우조연상도 받았다.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연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호호 브러더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송강호는 봉 감독과 함께 ‘오스카 캠페인’ 여정에서 ‘기생충’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