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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영화 균형잡는 ‘호호브러더스’의 한축… ‘페르소나’ 그 이상의 배우 송강호

입력 | 2020-02-11 03:00:00


송강호 동아일보DB

“뭘 해도 다 받아줄 것 같은 예술가.”(배우 송강호가 봉준호 감독에게)

“영화 전체의 흐름을 규정해버리는 선배님.”(봉 감독이 송강호에게)

영화 ‘살인의 추억’(2003년)을 시작으로 ‘괴물’(2006년)과 ‘설국열차’(2013년)를 거쳐 ‘기생충’까지 봉 감독의 필모그래피 가운데서도 가장 빛나는 작품들의 포스터 전면에는 예외 없이 배우 송강호의 얼굴이 있다.

송강호는 봉 감독이라는 선장이 모는 배의 균형추다. 뚜렷한 메시지를 제시하는 선장이 얼핏 작위적일 수 있는 설정을 흔들어대도 영화가 가라앉지 않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는 얘기다. 형사와 한강 둔치의 매점 주인, 열차를 멈추려는 보안기술자와 백수라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특유의 존재감으로 관객이 긴장을 풀지 않게 만들었다. ‘살인의 추억’에서 “밥은 먹고 다니냐”는 명대사가 그의 애드리브란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

그래서 ‘봉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표현이 송강호에게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봉 감독은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소감으로 “위대한 배우가 없었다면 한 장면도 찍지 못할 영화였다”며 그에게 영광을 돌렸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석권은 송강호와 봉 감독의 작고 아름다운 첫 만남이 맺은 세계적인 결실이다. 무명 시절 송강호가 단역 오디션에서 떨어진 뒤 당시 조감독이던 봉 감독이 “언젠가 꼭 함께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던 것. ‘반칙왕’(2000년)과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등으로 인기 배우 반열에 오른 송강호는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년)의 흥행에 실패한 봉 감독의 캐스팅을 선뜻 받아들였다. 그렇게 ‘살인의 추억’이 탄생했다.

송강호는 지난해 제72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엑설런스 어워드’를 받았다. 아시아 배우 가운데 첫 수상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LA비평가협회상 남우조연상도 받았다.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연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호호 브러더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송강호는 봉 감독과 함께 ‘오스카 캠페인’ 여정에서 ‘기생충’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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