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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안재환, 정말 사랑했다” 정선희가 밝힌 12년 전 그리고 지금

입력 | 2020-02-11 08:49:00

SBS플러스 ‘김수미의 밥은 먹고 다니냐?’ 캡처 © 뉴스1


개그우먼 정선희가 오랜만에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정선희는 지난 10일 방송된 SBS플러스 예능 프로그램 ‘김수미의 밥은 먹고 다니냐?’(‘밥먹다’)에 출연해 12년 전 남편 안재환과 친구 최진실을 비슷한 시기에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후의 괴로움, 또 연예계 복귀 이후 느낀 여러 감정을 털어놨다.

이날 정선희의 등장에 그를 오래 전부터 지켜봐 온 윤정수와 김수미는 반가움에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정선희는 사실 자신이 개그맨이 될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다고. 그는 “나는 개그맨이 될 줄 몰랐던 게 이런 성격은 아니었다. 까불고 친구를 좋아하긴 했어도 사람들 앞에 나서서 관심을 갖는 걸 되게 부담스러워했다”라고 했다. 이에 윤정수는 “선희가 생각보다 상처를 잘 받는다. 얘가 스트레스받으면 위에 온다. 위액을 많이 쏟았다”라고 했다.

특히 과거 활동할 당시 외모스트레스도 있었다고. 정선희는 “나는 엄마가 자존감을 부풀려놔서 키워서 이게(외모가) 심각한지 몰랐다. 사람들이 많이 놀렸다”며 “나를 놀렸던 사람들 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이제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이)봉원이 오빠가 많이 놀렸다. 놀림 받고 많이 울었는데 그 이유가 ‘자기는?’ 생각하다 보니 그랬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당시 만난 선배 중 이성미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예전에 선배가 부친상 당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당시 내가 너무 긴장해서 부의금을 드린다는게 지갑에 있던 돈을 다 드려서 12만5200원을 준 거다. 언니가 ‘네가 나를 웃기려고 많이 노력했더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 사건 났을 때 언니가 캐나다 있을 때인데 ‘통장에 조금 넣었어’라고 연락왔다. 투박하지만 그 마음이 느껴졌다”고 했다.

정선희의 남편이었던 배우 안재환은 지난 2008년 9월 사망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에는 절친한 사이였던 배우 최진실도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정선희는 고 안재환의 언급에 “(세상 떠난 지) 12년 됐다. 힘든 감정이 오래가더라. 지금도 잊히지는 않는다. 그 모든 기억들이”라고 했다. 연애 시절에도 돈 문제로 불안했었다고. 정선희는 “돈을 빌리고 갚고 몇 차례 있었는데 그게 불안했다. 그런데 정말 사랑했다. 제 오만이라면 오만인데 다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착각이었던 것 같다. 금전적으로 내가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정선희는 “그런데 나중에 그런 식으로 돌아올 줄 몰랐다. 누가 상상을 하겠냐. 마지막 모습이 좋지 않은 얼굴이었다. ‘잘 다녀와’라고 했지만 그 전날도 돈 문제로 티격태격했다”라고 덧붙였다.

‘꿈에는 나오지 않았냐’는 김수미의 물음에 “9월이 기일인데 그때 즈음 몸이 아프다. 그러면 꿈에 나타나곤 한다.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내가 힘들 때였으니까”라고 했다. 이어 “내가 가위에 한 3년 정도 눌렸다. 수술대에 올라서 마취 안 된 상태에서 수술도구를 보고 있는 꿈만 3년 정도를 꿨다”고 덧붙였다.

정선희는 고 최진실의 아이들 얘기도 꺼냈다. 환희 준희에 대해 정선희는 “철이 빨리 들어서 마음이 더 아프다. 저보다 더 어른 같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정선희는 복귀 때문에 욕을 먹었다고 했다. 그는 “(여러 일들이 있고) 일찍 복귀해서 욕을 먹었다. 7개월 만에 라디오로 복귀했다. 빚을 많이 졌기 때문”이라며 “빚도 있었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더라. 제가 너무 위험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당시 ‘악플’을 보고 너무도 힘들었다고. 정선희는 “들여다 보고 있으니까 죽어야 할 것 같더라. 그 사람들 얘기를 보면 내가 괴물이었다. 모두가 내 죽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무섭다’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 악플이라고도 얘기했다. 정선희는 “웃고 얘기하는 것도 무섭다더라”며 “일종의 용의 선상에서 저를 보는 시선과 루머들이 있었으니까”라고 했다.

정선희는 “저는 그렇게까지 심하게 저를 오해할 거라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큰 변명이나 오해를 할 필요를 못 했던 게, 나 열심히 살았는데 알아주지 않을까 했는데 모르더라. 내가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알아주지 않더라”고 털어놨다.

동료들이 큰 힘이 됐다고. 정선희는 “지금은 지났으니까 이해하지만, 당시에는 ‘신은 인간에게 견딜 만큼의 고통을 준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제일 싫었다”면서 “영철이에게 그런 이야기 하지 말라고, 그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운동하는 곳에서 만난 김영철이 이영자의 성대모사를 하면서 “신은 감당할 수 있는 복근만 줘”라고 했다고. 정선희는 “영철이만의 위로였다. 그 뒤로는 그 말을 받아들였다. 동료들이 나를 신파로 가지 않게끔 해줬다”고 말했다.

정선희는 이후에는 대중의 관심이 줄어들어 버려졌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완벽하게 버려졌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멋대로 오해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내가 폐기처분 됐구나 싶더라. 우울감이 증폭되는데,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약도 먹고 제 스스로를 해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가 발견하고 변기에 버려진 약을 봤다. 거울 속 내 얼굴을 보니까 무섭더라. 너무 무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더라.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했다. 무서웠다. 거기로 빨려 들어가면 끝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때 남편을 용서했다. 이랬겠다 싶더라”고 밝혀 안타까움을 더했다.

정선희는 “빚은 다 갚았다”고 알렸다. 이어 “집이 경매에 넘어갔는데 하루만에 동료들이 돈을 모아서 도와줬을 때 살아야겠구나, 책임감이 생기더라. 사명감 같은 게. 정말 죽고 싶을 때 통장을 봤다. 막 비극으로 치닫지는 않았다”고 고백해 눈길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정선희는 “나는 괜찮은데 사람들이 그때 아픔을 가져오는 게 (힘들다)”고 하자, 김수미는 “(정선희는) 충분히 겪을 만큼 겪었고 많이 추슬렀으니 너무 이상하게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