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감독 봉준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제작비 상승·대작 중심 시장 우려
오동진 “스크린 독과점 해결부터”
‘기생충’이 처음이자 끝이 될 수는 없다. 세계영화의 역사를 바꾼 ‘기생충’의 성과가 단일 작품의 성공으로만 머물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관객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한국영화의 지속가능한 확장을 위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에 오른 직후 국내 영화계에서는 더욱 다양하고 창의적인 작품의 기획과 제작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 영화 제작비 상승과 맞물려 대작 중심으로 재편되는 영화시장에 대한 우려가 이런 목소리에 힘을 보탠다. 동시에 자본력을 갖춘 몇몇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가 주도하는 영화산업에서 신인들의 새로운 도전 자체가 어렵다는 문제제기도 새삼 뒤따른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11일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면서 한국 영화산업이 향후 5년 정도는 연명할 수 있는 산소마스크를 씌워줬다”면서도 “현재 영화산업 구조에서는 또 다른 ‘기생충’이 나오기 어렵다. 다양성과 창의력 발현을 차단하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생충’의 성과마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영화는 검증받은 일부 감독과 스타급 배우 중심의 블록버스터 제작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의 물량 공세와 스크린 몰아주기로 1000만 흥행 편수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사상 처음 다섯 편이나 나왔다. 하지만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신인의 등장은 주춤하다. 역량을 과시할 ‘포스트 봉준호’의 등장을 위해 소위 ‘센’ 영화만 독식하는 스크린 독과점 등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