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는 2020시즌을 이병근 감독대행체제로 치르기로 했다. 이 감독대행은 안드레 감독의 재계약 불발로 팀을 떠나면서 중책을 맡았다. 사진제공|대구FC
감독 대행은 애매한 자리다. 역할은 감독이지만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감독만큼 말발도 서지 않는다. 그렇다고 성적에 대한 책임이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꼬리표 달린 대행의 한계다.
감독 대행은 대개 시즌 중 감독이 자진 사퇴 또는 경질될 때 생기는 자리다. 그런데 올 시즌 K리그엔 출발부터 그 역할이 생겼다. 대구FC 이병근 수석코치(47)가 감독 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안드레 감독이 재계약 불발로 팀을 떠나면서 갑자기 중책을 맡았다.
남해에서 전지훈련 중인 이 대행은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구단에서 누군가는 이끌어 가야한다면서 내게 부탁을 했다. 부담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담담하게 받아들인 채 시즌을 준비 중이다. 특히 조광래 사장의 도움이 크다고 했다. 이 대행이 곱씹는 조 사장의 조언은 ‘지적’과 ‘지시’의 차이다. 이 대행은 “사장님께서 지시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사령탑이 자꾸 지적만 하면 선수들의 창의성과 자신감이 떨어진다면서 지적은 코치가 하고, 감독은 선수단 전체가 움직일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가야 한다고 주문 하신다”고 덧붙였다.
비 시즌 동안 선수보강은 잘 됐다고 했다. 그는 “다른 해보다 알찼다. 작년에 부족했거나 또 빠져나간 포지션에 보강이 잘 이뤄졌다”며 만족해했다. 중앙 수비수 김재우와 측면 자원 황태현 등 젊은 피 영입은 큰 수확이다. 또 특급 해결사 데얀의 영입도 성과다. 이 대행은 “작년엔 문전 근처에서 마무리 능력이 부족했는데, 올해 데얀이 그걸 채워줄 것”이라며 강한 믿음을 보였다. 대구는 데얀의 쓰임새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구상 중인데, 에드가와의 투 톱도 고려 중이라고 이 대행은 귀띔했다.
대구의 고민 중의 하나는 팀을 떠난 골키퍼 조현우의 공백이다. 대구에서 워낙 인상적인 활약을 해 불안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이 대행은 “그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밖에서 데려오기보다는 팀 내에서 성장시키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면서 “최영은과 이준희 등 젊은 골키퍼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최영은은 2018년 아시안게임에 차출된 조현우의 공백을 메우며 기량을 인정받은 바 있다.
감독 대행도 어쨌든 시즌을 책임진 사령탑이다. 자신의 색깔도 있어야하고, 목표도 세워야한다. 이 대행은 “지난해 대구가 잘 했기 때문에 내 색깔을 내세우기보다는 우리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면서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은 도전이다. 그리고 팀으로선 도약의 시즌이다. 지난해 5위보다 더 위로 올라가 ACL 출전권을 따내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