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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AI에 투자하는 자본-인력 상상초월… 한국, 강점있는 문자 인식 등에 집중해야”

입력 | 2020-02-12 03:00:00

‘AI바둑 한돌 개발’ 이창율 NHN팀장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은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보입니다. 투입하는 인력이나 자본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한국이 AI 선진국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문자 인식,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 등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말 이세돌 9단과 대국해 주목받은 국내 바둑 AI 프로그램 ‘한돌’의 개발자 이창율 NHN AI 개발팀장(44·사진)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열린 AI 관련 최고 학술대회인 국제컴퓨터비전학회(ICCV)에서 한국 논문은 중국 미국 독일 다음으로 많았고 바둑 AI 관련된 경기들에서도 한돌이 상위권에 입상하는 등 역량이 충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각종 수치로 드러난 한국 AI의 객관적 지표는 다소 미흡하다. 글로벌 정보 분석 기업 엘스비어 스코퍼스에 따르면 2009∼2018년 누적 기준 한국의 AI 관련 출판물은 1만1692개로 중국(12만7123개), 미국(8만2083개)과 차이가 난다.

이 팀장은 AI 엔지니어로서 특히 중국의 집중력이 놀랍고 부럽다고 했다. AI 개발에 쏟아붓는 인력과 자본, 시간이 우리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라는 것이다. 그는 “2017년 세계 컴퓨터 바둑대회에서 우승하며 이름이 널리 알려진 중국 텐센트의 바둑 AI ‘줴이(絶藝)’는 대국을 100억 번 치르면서 역량을 키운다”며 “이는 최소 200억∼300억 원을 투자해 서버를 구매한 뒤 1년 넘게 돌려야 하는 규모”라고 했다.

반면 이 9단과 대국한 한돌의 경우 자가 대국은 수천만 번에 불과하다. “한돌이 이 9단과의 첫 대국에서 패배한 것도 접바둑이라는 형태의 대국을 학습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AI의 실력은 투입하는 자원의 양과 비례한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을 가진 기업 입장에서는 모든 자원을 AI에만 쏟아부을 수 없다. 이 팀장이 AI 투자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이미지와 동영상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기술처럼 우리 기업들이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 해당 분야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은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NHN은 ‘바둑 이상의 AI’를 한돌의 차기 과제로 삼았다. 대국 이후 전사적으로 AI를 적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100여 건 받아 실현성이 높은 과제들을 선별 중이다. 그는 “페이코(간편결제 서비스), 토스트(클라우드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에서 AI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