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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공장 산업폐기물을 자원으로” SK이노 친환경전략 결실

입력 | 2020-02-12 03:00:00

석유화학공장서 버려진 보온재… 환경부-환경공단-지자체 돌며
7개월 민관협의 끝에 재활용 허가… “울산공장서만 수백t 줄이게 돼”
GS칼텍스 등 동종업계서도 관심




SK이노베이션의 정유·석유화학 공장이 모인 울산콤플렉스(CLX)는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 등이 지나는 파이프를 감싸는 보온재를 재활용하면 연간 수백 t의 폐기물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 파이프 표면에서 기존 보온재를 뜯어내 2 깨끗한 것만 분류해 모아 3 전문 가공 업체로 보내면 재활용이 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들의 50여 개 정유·석유화학 공장이 모인 울산콤플렉스(CLX)는 매년 정기보수 때마다 쏟아지는 수천 t의 폐기물로 골머리를 앓았다. 폐기물 중에서도 가장 많은 부피를 차지하는 것은 생산 설비 파이프를 감싸는 석고보드 형태의 보온재다.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이 지나는 배관의 열 손실을 방지하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파이프를 보호하는 보온재는 2∼4년마다 교체해 폐기해 왔다. 울산CLX에서 2018년 정기보수 당시 폐기한 보온재만 1200t에 달한다.

5일 울산CLX 현장에서 만난 이정희 SK루브리컨츠 과장은 “올해 확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폐기 예정 보온재의 60% 이상이 재활용 가능한 제품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산업용 폐기물 매립지가 포화 상태였고, 처리 비용도 몇 배 늘어난 상황에서 가장 부피가 큰 보온재부터 재활용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울산CLX가 산업용 폐기물 재활용 프로젝트에 시동을 건 것은 SK이노베이션 차원의 친환경 경영 전략 때문이다. 2018년 12월 울산CLX 환경담당 조직은 보온재의 재활용이 가능한지 환경부에 문의했지만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보온재의 원료인 ‘펄라이트’가 현행 법령, 규정에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로 분류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방법을 찾던 중 울산CLX 환경 담당 조직은 산업용 보온재와 비슷한 원료로 만들어진 건축물 단열재 석고보드가 재활용 가능 목록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근거로 폐기 예정인 보온재를 들고 한국환경공단의 재활용환경성평가 등을 통과했다. 결국 지난해 7월 울산 남구청으로부터 보온재도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허가를 받았다. 산업용 폐기물을 재활용 가능한 제품으로 바꾸는 데 7개월이 넘게 걸린 것이다.

황범수 SK에너지 선임대리는 “재활용이 가능해지면서 울산CLX에서만 매년 수백 t의 산업용 쓰레기를 줄이게 됐다”고 했다. 울산CLX는 보온재 재활용 성공 사례를 동종업계와 공유했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 등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친환경 정책이 사내외로 확산되자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5월부터 ‘그린밸런스 2030’이라는 이름으로 친환경 경영 전략을 본격화했다. SK이노베이션이 환경 영역에 미친 연간 단위의 부정적 효과를 돈으로 환산했을 때 1조4000억 원으로 측정됐는데, 2030년에는 이를 ‘제로(0)’로 만들겠다는 내용이 뼈대다.

울산CLX는 올해 공업용 폐수에서 나오는 찌꺼기를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도 새로 추진할 예정이다. 공장 파이프에 발생한 녹을 제거할 때 한 번 쓰고 버렸던 모래를 여러 차례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SK이노베이션은 울산CLX의 친환경 생산 설비 구축을 위해 2023년까지 총 25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올 초 전국 사업장을 돌며 “그린밸런스 2030 성장 전략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독하게 실행하자”고 강조했다.

울산=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