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 대혼란 망신당한 민주… 일반인 참여 뉴햄프셔가 ‘풍향계’ 샌더스 “내가 트럼프 맞수” 주장… 트럼프 진영은 “샌더스가 더 쉬워” 공화당 지지자 샌더스 찍을수도… 트럼프 “탄핵 사기로 지지율 최고”
막 오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11일 미국 북동부 뉴햄프셔주에서 집권 공화당과 야당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두 번째 경선이 각각 펼쳐진다. 사실상 공화당 후보가 확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뉴햄프셔 최대 도시 맨체스터를 찾아 재선 유세를 펼쳤다(왼쪽 사진). 3일 민주당의 첫 번째 경선인 아이오와 당원대회(코커스)가 개표 지연 및 불공정 논란에 휩싸여 민주당 후보들은 뉴햄프셔 결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부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9),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38), 조 바이든 전 부통령(78)도 이날 주 곳곳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했다. 맨체스터=AP 뉴시스
○ 트럼프 “탄핵 사기로 지지율 최고” 민주당 조롱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州) 최대 도시 맨체스터의 한 체육관에서 유세를 갖고 “민주당은 서로를 물어뜯고 싸우기에 바쁘다. 표를 셀 줄도 모른다”며 개표 지연 사태를 꼬집었다. 그는 상원의 탄핵 무죄를 이끌어낸 공화당 의원들을 ‘전사’라고 치하했다. 또 역대 최저 실업률 등 경제 치적과 안보 성과를 자랑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1만2000여 명이 들어찬 유세장은 “USA”와 “4년 더!”를 외치는 지지자의 환호로 떠나갈 듯했다. 이들은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이른 아침부터 우산을 쓰고 행사장 입장을 기다렸다. 바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앞에서 연설 장면을 지켜본 이는 1000명이 넘었다.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새겨진 빨간 모자를 썼다. 행사장 밖에서 ‘트럼프’ 팻말을 든 로버트 엠피 씨(57)는 “어떤 민주당 후보가 이 많은 대중을 끌어들일 힘이 있나. 미 경제를 강하게 만든 트럼프 대통령이 이길 것”이라고 했다.
○ 샌더스와 부티지지 경쟁 속 단합 촉구 목소리
인구 약 136만 명의 뉴햄프셔는 백인 비중이 93%에 달한다. 적은 인구, 높은 백인 비율로 미국의 다양성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일반인 참가가 가능하고 비밀투표인 프라이머리의 특성상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을 잘 보여주는 곳으로 꼽힌다. 특히 당원만 참가할 수 있고 공개투표로 치러진 3일 아이오와 코커스가 공정성 시비로 얼룩져 뉴햄프셔 결과가 민주당 후보 선출의 풍향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뉴햄프셔 유세에 사활을 걸고 있다. 뉴햄프셔와 맞닿은 버몬트가 지역구인 샌더스 후보는 이날 ‘트럼프를 이기는 버니(Bernie beats Trump)’란 구호를 내세우며 자신이 트럼프의 유일한 대항마임을 강조했다. 부티지지 후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소외계층을 챙기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를 심판해야 한다”고 외쳤다.
두 후보의 지지자들은 트럼프 재선 저지를 위한 단합을 촉구했다. 샌더스 후보 지지자인 대니얼 로페즈 씨(20)는 “트럼프의 인종주의 및 분열 정책으로 망가진 미국을 돌려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더 늦기 전에 정권을 바꿔야 한다”고 외쳤다. 부티지지 후보를 지지한다는 실비아 부도앤 씨(57)는 “이렇게 엉망인 대통령이 없다. 트럼프를 이길 사람이라면 민주당 후보 누구라도 찍어주겠다”고 했다.
샌더스 후보는 보스턴글로브, WBZ-TV, 서퍽대가 10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27%의 지지율로 부티지지 후보(19%)를 앞서고 있다. 같은 날 발표된 퀴니피액대 조사에서는 경선 실시 이후 처음으로 전국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일부러 경선에 참가해 샌더스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도 나온다. 중도온건 성향의 부티지지 후보보다 강경 진보인 샌더스 후보가 본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손쉬운 상대라는 계산에서다.
맨체스터=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