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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韓 국가신용등급 ‘AA-’…성장률 2.3% 전망 유지

입력 | 2020-02-12 11:07:00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했다.

기획재정부는 12일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등급 전망도 ‘안정적’(stable)을 유지했다. 한국이 해당 등급과 전망을 유지한 건 2012년 9월부터다. 우리나라와 같은 등급을 유지한 국가는 대만, 벨기에 카타르 등이다.

피치는 재정 확대, 반도체 가격 회복, 무역 정책 불확실성 완화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3%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지난 8월 피치의 전망치와 동일한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를 기록한 바 있다.

피치는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과 고령화·저성장에 따른 중기 도전 과제에서 양호한 대외·재정 건전성, 지속적인 거시경제 성과를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정 측면에서는 올해 예산 등 확장적 재정으로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가 -1.5% 수준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제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피치는 “단기 재정 확대에 더해 문재인 정부에서는 중기적으로도 보다 확장적인 재정 기조로의 상당한 전환이 이뤄졌다”며 “한국 정부는 단기 재정 확대를 할 수 있는 재정 여건을 보유했다”고 짚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38%에서 올해 40.7%로 증가하나 이는 AA등급 중간값인 39.5%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다만 피치는 “GDP 대비 부채비율이 2023년 46%까지 증가하는 경우 확장 재정에 따른 생산성·성장률 제고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중기적으로 국가 신용등급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건전한 재정관리 경험 및 정부의 GDP 대비 40% 중반의 부채 관리 의지가 재정 위험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성장률 측면에서는 제조업 및 수출이 회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재정 조기 집행을 추진함에 따라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정부 지출이 주요 성장 동인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확산은 관광업·소매 판매 영향, 공급망 교란을 통해 성장의 새로운 하방 위험요인이라 판단했다.

수출의 경우 미·중 1단계 무역 합의로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됐으나 중국의 대(對)미 수입 확대로 전환 효과 발생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일본 수출 규제의 파급효과는 제한적이라 공급망 교란 발생 여부는 불명확하다고 피치는 분석했다.

피치는 통화·금융 측면에서 올해도 평균 0.5%의 낮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경기 부양 등을 위해 올해 안으로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피치는 “높은 수준의 가계 부채(GDP 대비 96.6%)는 경제의 외부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증대하고 중기 소비 전망을 제약하나 최근 증가 속도가 둔화됐으며 거시건전성 정책이 저금리 상황에 따른 취약성 증가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한 관련 외교 노력이 정체되고 불확실성이 높은 지정학적 위험도 존재했다. ‘북한 리스크’가 국가 신용등급을 제약한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북한의 연말 시한이 긴장 고조 없이 넘어간 것은 아직 외교적 해결 여지가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고 피치는 전했다.

총선과 관련해서는 여당이 승리할 경우 현재 정책 방향이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나 야당이 승리할 경우 남은 임기 동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전략 및 대북 협상 노력에 어려움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

피치는 대외 건전성과 관련해 “대규모 순대외채권, 지속적 경상흑자 등 견조한 대외건전성이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거버넌스는 다소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환경은 일반적으로 양호하나 재벌의 높은 비중이 경제 역동성을 제약한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은행(WB) 거버너스지수 77%(AA등급 국가 중간값 85%)로 다소 낮았으며 기업환경평가는 5위였다.

피치는 ▲지정학적 위험의 구조적 완화 ▲거버넌스 개선 ▲성공적인 구조 개혁의 결과로 높은 성장률이 유지될 수 있다는 증거 등을 한국 신용등급 상향요인으로 꼽았다. ▲한반도 긴장의 상당한 악화 ▲예기치 못한 대규모 공공부문 부채 증가 ▲예상보다 낮은 중기 성장률은 하향 요인으로 제시됐다.

3대 신용평가사 중 피치가 평가한 등급이 가장 낮다. 무디스(Moody‘s)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에 이보다 한 단계 높은 AA(무디스는 Aa2)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기재부는 “한국 경제 현황과 주요 현안 관련 신용평가사와의 소통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가면서 대외 신인도 관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