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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봇이 약품 나르고, 드론 띄워 마을 소독

입력 | 2020-02-13 03:00:00

[커버스토리]코로나와의 전쟁 최전방 투입된 IT




‘인간이 못 가는 신종 코로나 최전방, 정보기술(IT)이 간다.’

감염 위협으로 인력이 닿기 어려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현장에서 국적과 기업을 뛰어넘은 IT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간 곳곳에서 시험적으로만 적용되던 인공지능(AI) 로봇 운송이나 원격 진료, 드론 배송 등이 추가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해 실전 투입돼 열 몫을 하고 있다.

○ 드론 100여 대 날며 마을 순찰하고 살균제 살포

“할머니, 마스크 안 쓰고 돌아다니면 안 됩니다. 집에 돌아가세요!” 중국의 한 농촌 마을에서 홀로 산책을 나섰던 노인이 드론에 달린 카메라를 올려다보는 영상이 유튜브 조회수 수십만 회를 기록하며 최근 화제가 됐다. 드론이 신기한 듯 입을 벌리고 바라보던 노인은 확성기에서 남성의 경고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오자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선전 지역의 드론 기업인 MMC는 상하이와 광저우 등 주요 도시에 드론 100여 대를 투입해 감염 위험 지역 순찰과 살균제 공중 살포를 도맡고 있다. 드론은 사람을 대신해 위험 지역을 날아다니며 40배 줌 카메라로 360도 순찰을 하고 마스크를 하지 않은 행인이 발견되면 지휘관이 확성기로 경고하며 추적 비행한다.

AI 로봇도 현장 곳곳에서 인력을 대체 중이다. 이달 초 광둥성 보건부는 광둥 런민병원에 등장한 AI 로봇 두 대를 공개했다. 국내에서도 배달 로봇의 형태로 일부 도입됐던, 서랍이 달린 기둥형 로봇이 의료진을 대신해 신종 코로나 환자의 의약품과 환자식을 자율주행으로 가져다준다. 중국 신화통신은 항저우 등 일부 지역 호텔에 격리된 시민들에게도 로봇 음식 배달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파가 모이는 장소에서 무증상 감염자를 선별하는 것도 로봇들의 주요 임무다. 광저우의 테크 기업인 가오신싱그룹이 만든 순찰용 로봇은 쇼핑몰과 공항 등에 투입돼 5m 이내 사람들의 체온을 원격으로 측정하고 이상이 감지되면 경보를 작동한다.

○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대표 기업도 출격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 속에 IT 플랫폼 업체들도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최초로 신종 코로나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도 캐나다 의료 AI 플랫폼인 ‘블루닷’이었고, 최근 국내에서 화제가 된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들의 이동 경로를 보여주는 코로나맵 또한 개인이 만든 IT 기반 플랫폼이다. 중국 IT 기업을 대표하는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도 이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헬스케어 플랫폼 ‘알리바바 헬스’는 확진자가 가장 많은 후베이성의 주민들에게 무료로 원격 진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봉쇄 지역 주민들도 알리페이나 타오바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기초적인 온라인 진료를 받을 수 있어 하룻밤 새 40여만 명이 접속하기도 했다.

중국 포털 바이두는 별도 페이지로 신종 코로나의 실시간 상황판을 운영하는 한편 11일 자사 AI 플랫폼을 무료로 개방해 개발자들과 ‘신종 코로나 대응 앱 개발 계획’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핑안보험 계열사의 핑안굿닥터도 우한에 고립된 의료진에게 타 지역 의사들과의 원격 화상회의와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 판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내에서 전방위적으로 신속한 IT 총력전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은 그간 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드론 순찰 사례를 보도하면서 “중국은 자국민을 관리하기 위해 그간 카메라와 얼굴 인식 등 다양한 기술의 실제 적용에 앞서 왔다”고 짚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