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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원의 명품 어때요?”… 글로벌 뷰티브랜드 韓화장품시장 노크

입력 | 2020-02-13 03:00:00

옷-가방보다 진입장벽 낮은 화장품, 신규 고객 장기적 유입 효과도 커
“나를 위한 작은 사치” 2030 공략
에르메스 뷰티 립스틱 내달 출시, 구찌 뷰티도 오프라인 매장 확대




럭셔리 패션 브랜드에서 출발한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에르메스 뷰티’는 다음 달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립스틱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에르메스 뷰티 제공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인 에르메스가 다음 달 ‘에르메스 뷰티’ 립스틱을 전 세계 동시 출시한다. ‘구찌 뷰티’ ‘지방시 뷰티’ 등 한발 앞서 화장품을 선보인 글로벌 뷰티 브랜드도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 나서는 등 럭셔리 뷰티 제품 수요가 높은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12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에르메스 립스틱의 1개 가격은 약 8만 원대(67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에 입점한 다른 뷰티 브랜드의 립스틱 가격이 보통 3만∼4만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약 2배 수준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르면 다음 달 4일부터 면세점과 백화점에서 에르메스 립스틱을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센텀점을 시작으로 롯데면세점, 갤러리아백화점 등에서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에르메스가 화장품을 론칭한다는 소식은 지난해부터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아직 출시되지 않은 에르메스 립스틱에 대한 정보가 오가는 등 관심이 뜨겁다. 평소 명품 화장품을 즐겨 쓴다는 직장인 이모 씨(28)는 “외출할 때 화장을 고칠 일이 많은데, 로드숍 제품보다는 명품을 꺼내는 게 더 ‘있어’ 보인다”며 “품질이 좋은 데다 명품이지만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니어서 선물하기도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론칭한 ‘구찌 뷰티’는 올해에만 2개 매장을 오픈했다. 구찌 뷰티 제공

지난해 5월 유럽에서 먼저 립스틱을 출시한 구찌 뷰티는 올해 들어 국내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1월 31일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온라인몰에서 국내 판매를 시작한 구찌 뷰티는 이달 7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2018년 7월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 국내 첫 매장을 연 지방시 뷰티는 현재까지 오프라인 매장 수가 총 5개로 늘어났다.

샤넬, 크리스찬디올, 입생로랑 등 많은 럭셔리 브랜드도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프리미엄 뷰티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는 브랜드 10위 안에 크리스찬디올, 샤넬 등 패션에서 출발한 뷰티 브랜드가 절반 가까이 포함돼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 화장품군 매출 증가율은 2018년 3.1%에서 2019년 5.1%로 성장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명품 화장품군 매출이 6.7% 증가했다.

업계에선 럭셔리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이유로 1980∼200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 및 Z세대의 ‘나심비’(나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트렌드), ‘작은 사치’, ‘플렉스’(돈을 자랑한다는 뜻의 은어) 등의 소비문화를 꼽는다. 화장품은 옷이나 가방, 주얼리보다 가격이 저렴해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명품군에 속한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어 화장품이 좋은 브랜드 홍보 채널이 될 수 있다”며 “앞서 코스메틱 사업을 시작한 브랜드들의 성공 사례도 잇따르고 있어 화장품 라인 확장에 눈독을 들이는 브랜드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과 모바일 등 화장품 판매 채널이 과거보다 다양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SSG닷컴에 따르면 자사 온라인 매출을 분석한 결과 명품 화장품군의 비중은 2016년 25%에서 2019년 38%로 늘어났다. SSG닷컴은 이런 추세를 반영해 최근 뷰티전문관 ‘먼데이문’을 열고 명품 화장품을 모은 백화점 코너를 별도로 신설했다. SSG닷컴 뷰티잡화팀 관계자는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30대가 명품 화장품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20대 매출도 매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윤경 yunique@donga.com·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