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명·부산경남취재본부
사연은 이렇다. 호텔 설립을 위한 철거를 진행하는 과정에 일부 땅 소유자들과 시행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다. 소유자들은 구청을 찾아가 공사를 중지시켜 달라고 요청했지만, 해운대구는 건축허가 전엔 문제가 없었고 민사 분쟁이라 달리 방도가 없다고 답했다.
그래서 지주들은 법원에 토지·주택 등 부동산처분중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지주들은 다시 구에 호소했지만 답변은 같았다. 결국 법원에 철거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또 받아들여졌다. 이들의 재산권 보호가 시급하다는 법원 결정이 세 번이나 내려졌다. 단독 2명, 합의부 3명 등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 5명이 동일한 서류를 보고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철거는 계속됐다. 시행자 측은 법원 결정 전 이미 해당 지주들의 건물이 철거된 상태란 주장이다. 지주들은 불법 철거의 증거가 있다며 경찰에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관련 법률에 따르면 토지 소유권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분양을 할 수 없다. 소송 결과에 따라 건물 주인이 바뀌고 용도가 변경되면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큰 재산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해운대구의 태도는 소극적이다. 담당 공무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행정 기관이라 민사 분쟁에 끼어들 수 없다. 구 자문변호사에게 확인한 내용”이라고 했다. 이어 “착공계도 서류상 문제만 없다면 수리할 수밖에 없다. 분양 부분은 민원인으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처분 상태에서의 사전 분양 홍보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는데 민원인으로부터 내용을 들었으면 일단 현장 확인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 공무원은 “정식 공문이 접수되면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구가 법을 넘어선 행정을 하라는 게 아니다. 시민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면 이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한다. 또 불법 신고에 대한 증거 확보 차원에서 우선 현장을 확인해 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강성명·부산경남취재본부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