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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이 깃발 든 ‘고용 연장’, 노동시장 개혁이 우선이다

입력 | 2020-02-13 00:00:00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고용 연장에 대해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2022년부터 ‘계속고용제’를 검토한다고 했는데 추진 시기가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계속고용제는 기업에 고용 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재고용이나 정년 연장 등 다양한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는 점에서 정년 연장과 다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노인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올 1월 늘어난 취업자 수 57만 명 가운데 90%가 60세 이상인 것도 젊은 인구는 줄고 노인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월 27만 원 일자리에 대거 몰려나올 만큼 고령자의 일자리 요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고용을 연장하면 기업들이 청년 고용을 더 꺼릴 수 있다. 계속고용제는 정년 연장과 다르다지만 일본의 사례를 보면 인센티브나 명단 공개를 통해 사실상 고령자의 고용을 강요하게 된다. 한국은 20∼30년 된 장기근속자의 연봉이 신입사원의 3∼4배 수준으로, 2배 안팎인 선진국들에 비해 격차가 크다. 기업들이 고령자 1명을 계속 고용하면 신입사원 3∼4명을 덜 채용할 가능성이 있다.

치밀한 준비 없는 고용 연장은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킬 우려도 있다. 우선적으로 혜택을 받게 될 사람들은 베이비 부머와 586으로 비교적 좋은 일자리를 가졌던 사람들이다. 강한 노조가 있는 대기업 직원들은 고용 연장 혜택을 누리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직원들, 사회에 나가보지도 못한 청년들은 소외되어 세대별 계층별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고용 연장을 검토하더라도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직무급제로 바꾸는 임금체계 개편,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를 줄이는 고용규제 개혁, 산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이 먼저 추진돼야 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노인 일자리와 고용 연장을 띄우는 정부가 정작 노동시장 개혁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여당 원내대표가 한국노총을 찾아가 ‘총선 연대’를 구애하는 등 노조 눈치만 보다가는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모든 세대를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서도 더 이상 노동시장 개혁을 미적거리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