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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온정 돌려주려… 주민들이 달려왔다

입력 | 2020-02-13 03:00:00

울진군민들 나눔캠페인 화제
“작년 태풍 피해때 큰 도움 받아”
기성면 등 모금함 앞에 장사진… 목표 2배 넘는 6억7600만원 모아




지난해 12월 6일 경북 울진군 기성면사무소 앞 광장에서 진행된 기부 행사인 ‘희망 2020 나눔 캠페인’에서 어린이들이 동네 어른과 함께 기부금을 내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기성면에선 기부금이 전년보 다 1250만 원이나 늘어난 3940만 원이 모였다. 경북 울진군 제공

지난해 12월 6일 경북 울진군 기성면사무소 앞 광장. 영하 5도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주민들이 광장의 천막에 몰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봉투를 꺼내더니 길게 줄까지 섰다. 천막은 경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최한 ‘희망성금 2020 나눔 캠페인’의 기부금 접수처다. 김주돈 울진군 희망복지지원팀장은 “보통 마을 이장이 주민들의 기부금을 모아 혼자 다녀간다. 기부금 접수에 주민들이 이렇게 많이 몰린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엔 직접 찾아와 기부금을 내는 주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기성면에서 모인 기부금은 직전보다 1250만 원이 늘어 3940만 원이 모였다.

지난해 10월 태풍 ‘미탁’이 기성면을 강타했다. 하천과 도로, 상수도 등이 유실됐고 주택, 농경지 등 700여 곳이 물에 잠기거나 무너졌다. 울진군 전체에서 재산 피해만 540억 원이 발생했고 피해 복구액은 3596억 원으로 추산됐다. 특히 기성면에서 발생한 피해가 컸고 기성면의 피해 복구액은 울진군 전체의 12%(425억 원)에 달했다. 기성면 망양마을 주민 이응산 씨(72)는 “침수를 당해 집 안에 흙이 밀려왔다. 일면식도 없던 군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와 큰 도움을 줬다”며 “생전 처음으로 큰 도움을 받으니 나도 어려운 이들을 도와야겠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다. 기부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기성면뿐만 아니라 울진군에서 기부금 열기는 뜨거웠다. 울진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희망 2020 나눔 캠페인’을 통해 6억7600만 원이 모였다. 사상 최대 모금액이다. 직전에는 6억400만 원을 모았으나 태풍 피해 지역이라 이번에는 모금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목표액을 3억 원으로 낮췄지만 직전보다도 7200만 원이 더 모였다.

모금액의 90% 이상은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낸 기부금이다. 기성면 망양2리 이장 임정웅 씨(78)는 “태풍은 마을에 큰 아픔을 남겼지만 도움의 손길은 주민을 크게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당시 육군 50사단 장병 등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울진군을 찾았다. 구호단체 희망브리지에 따르면 기부금 11억5000만 원이 피해 주민에게 전달됐다. 약사 이성봉 씨(45)는 “호수인 연호정이 범람해 운영하던 약국에서 500만 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정말 막막했다. 자원봉사자들이 도와줘서 재기할 수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제가 입었던 피해액만큼인 500만 원을 기부했다”고 말했다.

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