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적 불평등 메시지 던져 반향 양극화 해소 노력하되 과장은 자제해야
김광현 논설위원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을 수상한 데는 영화가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평론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바로 경제적·사회적 불평등 문제다.
먼저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어떤가를 보자. 아카데미상을 선정하는 미국의 분위기부터 보자. 올해 초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3%가 ‘이런저런 형태의 사회주의가 좋은 것’이라고 응답했다. 작년 카토연구소 조사도 비슷하다. 사회주의에 대한 호감이 39%, 비호감이 59%였다. 18∼29세 청년층은 사회주의에 대한 호감이 50%로 자본주의에 대한 호감 49%보다 높았다. 현대 자본주의 대표주자 격인 미국의 여론이라는 점에서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역시 사회주의에 대한 통념이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는 것은 확연해 보인다. 법무부 장관을 하겠다며 인사청문회에 나선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나는 자유주의자이면서 사회주의자”라고 할 정도는 됐다.
주관적 ‘인식’과는 별도로 불평등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은 어떨까. ‘기생충’이 골든글로브에서 수상한 직후인 올해 1월 블룸버그통신은 ‘기생충이 놓친 한국의 현실’이란 기사를 실었다. “‘기생충’은 한국의 불평등이 브라질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시아판으로 묘사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몇 가지 근거를 들었다.
대표적인 경제적 불평등 관련 지표인 지니계수는 한국이 0.32로 아시아에서 동티모르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 즉 가장 평등한 수준이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보다 낮다. 최하위 20%의 소득 대비 최상위 20%의 소득은 5.3배다. 남아프리카공화국 28배, 미국 9.4배보다 낮다. 일본, 호주, 이탈리아보다 양호하고 프랑스나 독일과 비슷하다. 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이 12.2%로 미국 20%, 브라질 28%보다 많이 낮다.
정부 자료에서도 인식과 사실의 괴리가 잘 드러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9년 한국인 의식조사’에서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는 비율이 34.6%였다. 통계청 조사로는 중위소득 50∼150%에 속하는 가구 비율이 전체의 58%로 많은 차이를 보였다.
이번 ‘기생충’의 영화적 성취는 우리 사회를 지속가능한 사회로 만드는 데 더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부의 생산에 누가 더 많이 기여를 했든지 간에 분배로서의 정의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그와 동시에 실제보다 더 부풀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더 불행하게 만들고 사회적 분열을 부추겨 반사이득을 취하려는 ‘인간 기생충’의 준동도 함께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