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요원한데 韓美는 불협화음… 불안한 동맹이라도 안보상 중요 자산 ‘방위비 인상-전술핵 공유’ 방식 어떤가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물론 한미 관계가 늘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1961년 박정희 당시 육군 소장이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나 1970년대 말 유신정권과 지미 카터 행정부의 ‘인권 외교’가 마찰을 일으킬 때도 갈등을 겪었다. 2000년대 들어서도 노무현 정부와 조지 W 부시 정부는 대북정책과 전시작전권 문제 등을 놓고 종종 이견을 노출했다. 필자가 쓴 ‘하나의 동맹, 두 개의 렌즈’라는 책에서도 강조했듯 한국의 국력이 커지면서, 미국의 시각으로 보는 동맹 체제를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시대는 지났기에 이견이 생기는 것 자체가 놀랍거나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 또한 한미 간 이견과 갈등을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동맹이 오히려 굳건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한미 지도층 간에 동맹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공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직도 그럴까.
지난 3년간 문재인 정부는 외골수 대북 외교를 지향하면서 ‘운전자’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지만 결국 북한의 원망과 괄시만 받는 처지가 됐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 중에는 왜 문 정부가 줄곧 북한에 저자세를 취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공개되지 않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의 약속이라도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의 눈초리도 있다. 일본과도 1965년 관계 정상화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았지만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강한 의지나 적극적인 노력은 안 보인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나 현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대처에서 보듯 중국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현 집권세력의 중추인 과거 운동권 출신들은 아직도 미군이 한국보다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주둔하고 있다는 ‘미 제국주의론’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한국이 어려운 안보 상황을 타개하고 미래를 탄탄히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다음 세 가지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첫째,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문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라는 전략적 결단을 했다고 믿었는지 몰라도, 이제는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이를 인정해야 한다. 둘째, 중국이 주변국을 중심으로 매우 공격적인 외교 안보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어떻게 하면 한국을 길들일 수 있는지 알았다는 중국 전문가의 전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셋째, 동맹이 영원할 수는 없지만 아직은 한국 안보의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는 점이다. 한미동맹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냉정한 현실 인식하에 외교안보의 큰 틀과 구체적인 전략을 만든다면, 한미 간 이상 징후는 한국의 안보전략을 업그레이드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재선이 유력해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활용하여 ‘윈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령 그가 원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상당 부분 인상하는 데 동의하는 대신 한국에 꼭 필요한 안보자산을 획득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의 핵을 억제하기 위해 나토식 전술핵 공유 방식을 도입하거나, 미사일 사거리를 대폭 늘려 대(對)중국 군사 억제력을 높이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한국의 안보가 직면한 도전이 결코 녹록지 않으며 시간도 한국 편이 아니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