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파리 특파원
이달 초 프랑스 파리7대학에서 만난 21세 대학생의 말이다. 이 학생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수업에 제대로 참석할 수 없었다. 프랑스 정부의 퇴직연금 개편에 반대하는 철도노조 등의 총파업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대중교통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최장기 기록을 세운 연금 개편 반대 파업이 지난달 20일을 기점으로 소강상태에 빠졌다. 파업에 나선 노조 조합원들은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급여를 장기간 받지 못하자 일단 파업을 중단했고 대중교통이 정상화됐다. 필자는 파업이 풀리자마자 미뤄뒀던 프랑스 지인들과의 점심 약속을 이어가면서 연금파업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전반적으로 세대에 따라 답변이 엇갈렸다.
반면 20대는 파업 비판에 무게를 실었다. 한 달 내내 자전거로 등교했다는 올리비에 씨(25)는 “연금을 더 내고 덜 받기 싫은 건 어느 세대나 마찬가지”라면서 “미래 세대들이 가질 부담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렇게까지 파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노조가 대중교통 마비를 무기로 뜻을 관철시키려 해도 이제는 온라인 강의, 자택근무, 공유 자전거나 전동킥보드 등으로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청년들도 적지 않았다.
‘버텨야 하는’ 이유에 대해 대학생 엘레나 씨(24)는 “이대로 연금제도가 유지되면 지속 불가능하다는 걸 기성세대도 모를 리 없다. 그들에겐 퇴직연금이 ‘권리’이겠지만 우리에게는 ‘의무’가 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73%에 달한다. 은퇴 전 100만 원을 벌던 사람은 노후에 73만 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경쟁국인 독일(52%)이나 영국(28%)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프랑스 정부는 각종 연금에 연간 400조 원 이상의 예산을 쓴다. 국내총생산(GDP)의 14%다. 2025년까지 연금 적자도 2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생산인구는 답보 상태다. 1970년대까지 2.5명이 넘던 프랑스 합계출산율은 1990년 1.77명으로 낮아진 뒤 2010명 2.03명으로 반등했지만 최근 다시 1.9명대로 떨어졌다.
이번 파업 논란이 연금 개편 찬반을 넘어, 세대 간 불균형과 이로 인한 갈등이 본격화되는 시발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7일 또다시 총파업이 진행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교통이 마비되는 불편함을 다시 겪어야 한다니, 아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은 분담하고 열매는 나누는 ‘세대 간 균형발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게 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