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프레지던츠컵이 열린 인천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 장타자 더스틴 존슨(미국)의 드라이버 티샷을 본 갤러리 사이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193cm의 장신인 존슨의 호쾌한 샷은 300야드를 훌쩍 넘겼다. 키가 170cm대 초반인 한 갤러리는 “나도 존슨처럼 키가 크면 비거리 걱정 없이 스코어를 줄일 텐데…”라며 부러움을 표시했다. 이는 근거가 있는 말일까.
최근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1983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40라운드 이상 소화한 미국과 유럽 투어 선수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비거리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로 키가 클수록 공을 멀리 보내는 데 유리했다.
다만 장신 장타자라는 점이 좋은 성적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비거리 보고서에 따르면 역대 상금 톱10의 평균 신장 조사 결과 PGA투어는 2017년, 유러피안투어는 2012, 2013, 2016년에 상금 톱10의 평균 신장이 전체 평균 신장보다 작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평균 신장(시드권자 기준)은 166cm다. 이 때문에 지난 시즌 드라이브 비거리 4위 이승연(160cm·252야드)과 11위 이다연(157cm·247야드)은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이승연은 겨울 훈련 때 스쾃을 70kg까지 드는 등 꾸준한 근력 운동으로 비거리를 늘렸다. 그는 “엉덩이 근육과 탄탄한 팔 근육이 장타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축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근력을 키워 온 이다연은 스윙 스피드를 국내 여자 평균(시속 90마일)을 웃도는 100마일 가까이로 끌어올려 장타력을 키웠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의 대표적 장타자 김봉섭(173cm)도 투어 평균(177.7cm)보다 키가 작다.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한때 허벅지 둘레가 27인치에 달했던 ‘근육맨’ 김봉섭은 탄탄한 근력을 바탕으로 한 강한 임팩트에 힘입어 2018년 2년 연속 장타왕에 오른 뒤 지난해에는 2위(302야드)를 기록했다. 김봉섭은 “둔부와 허벅지 근육을 강화하면 안정적인 허리 회전이 가능해져 거리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