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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유재영]4년 허송세월… 선수 투혼만 바라는 女농구

입력 | 2020-02-13 03:00:00


유재영·스포츠부

“소 잃은 지 오래됐는데 외양간 고치려는 생각은 여전히 없어요.”

여자농구 레전드 몇 명에게 12년 만에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고도 비난을 받고 있는 여자농구 대표팀에 대해 물었더니 대답은 똑같았다. ‘선수 혹사’ 논란 속에 이문규 감독의 지도력과 대한민국농구협회의 관리 능력이 도마에 올랐지만 이는 예견된 일이라는 것이다.

유일하게 승리를 챙긴 영국과의 경기에서 6명만 기용한 감독에 대해선 본선 진출 열망이 절실해서 그랬다고 하자. 그러나 완패한 2개국(스페인, 중국)의 전력을 치밀하게 분석해 대응하려는 노력과 열의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러니 귀국한 선수들의 입에서 “창피하다”는 말까지 나온 것이다. 추락한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협회 차원의 ‘큰 그림’은 찾아 볼 수 없었으니 협회에 등을 돌릴 만도 하다.

기자는 여자농구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직후 칼럼을 통해 일본 여자농구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소개(2016년 7월 26일자 ‘일본 농구는 세계를 향해 뛰는데…’ 참조)하면서 당시 협회장 후보였던 방열 현 회장의 핵심 공약이 ‘대표팀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점을 못 박아뒀다.

그해 일본농구협회(JBA)는 ‘Japan Basketball Standard(JBS)’를 기획해 여자농구가 2030년까지 세계 정상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일본은 2017년과 2019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잇따라 정상에 섰다. 2018년 월드컵에서는 세계 12강에 올랐다.

일본은 눈앞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JBA가 내놓은 2019년 여자농구 대표팀 운영 계획에는 JBS의 틀 안에서 도쿄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한 세부 지침이 포함돼 있다. 성인 대표팀과 연령대별 대표팀의 합동 훈련, 해외의 일본 여권 소지 선수 발굴,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장신 선수들을 위한 기동성과 전술 수행능력 향상 등이 그 내용이다. ‘큰 그림’뿐 아니라 ‘작은 그림’도 주도면밀하다.

이에 비하면 우리는 지난 4년간 한 게 없다. 그런데도 막상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니 적어도 1승을 거두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등의 무책임한 소리가 나온다. 선수들을 닦달해 얻는 승리가 그렇게 중요할까. 그보다는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게 먼저 아닐까.

코칭스태프가 신나게 뛸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게 레전드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협회가 할 일은 냉철하게 훗날을 도모하는 것이다. 위기가 기회라는데 늘 위기다. 협회가 귀를 계속 닫고 있을까 봐 걱정이다.

유재영·스포츠부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