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스타들이 본 봉준호 존 허트 “의도한 장면만 정확히 찍어” 스윈턴 “머릿속에 이미 답이 있어”
봉준호 감독(51)의 영화 ‘설국열차’에서 ‘커티스’ 역을 맡은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 에번스는 2013년 한 인터뷰에서 봉 감독의 촬영 방식을 이렇게 묘사했다. 어떻게 촬영할지 정확히 알고 모든 컷을 찍었다는 얘기다. 에번스는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일반적으로 풀샷(두 사람을 다 담는 것)을 찍고 내 쪽과 상대방 쪽에서 각각 클로즈업을 찍는데 봉 감독은 컷당 한 가지 방식으로만 촬영했다”고 말했다. 그가 “풀샷은 필요 없느냐”고 묻자 봉 감독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에번스는 “봉 감독은 이미 머릿속에 스토리보드가 있어 편집을 다 끝낸 상태로 촬영에 들어갔다. 거의 천재(borderline genius)”라고 극찬했다.
설국열차로 인연을 맺은 유명 해외 배우들은 봉 감독과의 작업이 ‘독특하고’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배우들은 격식을 차리지 않고 진솔하게 소통하고 공감하는 봉 감독의 성품을 높이 산다. 봉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 송강호는 무명의 연극배우 시절이던 1997년 한 영화의 단역 오디션을 봤다 떨어졌다. 그러자 당시 조감독이던 봉 감독이 그에게 탈락 사유를 장문의 삐삐 음성메시지로 남긴 일은 유명하다. 송강호는 “그때 이미 봉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5년 뒤 이들은 ‘살인의 추억’을 함께 만들었다.
영화 ‘옥자’에도 출연한 스윈턴은 2013년 설국열차 홍보를 위해 방한했을 때 “섬세하면서도 권위가 느껴지는 묘한 기운을 가진 봉 감독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촬영장에서는 머릿속에 백과사전을 넣고 다니는 듯 모든 답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