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균 2020년 신춘문예 시 당선자
서브를 준비하는 선수 한 명을 잠시 바라보다가 맞은편에서 내가 응원하는 팀이 자세를 고쳐 잡는 걸 본다. 공격과 수비가 번갈아 오가고 랠리가 길어질수록 지켜보는 관객의 탄성은 더 커진다. 선수들은 9×18m의 사각 코트에서 지극한 정성을 쏟는다. 때때로 공이 허공으로 높이 치솟기도 하는데, 그럴 땐 궤적에 따라 코트 안팎에 있는 선수진과 장내 관객이 일시에 고개를 든다. 그리고 높이 떠 있는 그 공을 다음 날 포털사이트 사진으로 재회하기도 한다. 굳이 이런 얘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장내에서 보는 배구는 한결같다. 가벼워지고 또 재밌어지는 거다.
배구 같은 경기가 있는 반면에 홈베이스를 상대보다 많이 밟음으로써 승리하는 야구 같은 종목도 있다. 골을 더 많이 넣으면 이기는 축구나 농구 같은 것도 있고…. 그리고 모든 경기에는 관심이 높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려운 섬세한 규칙이 순간순간 작동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생동감 넘치는 장면을 만들고, 규칙은 플레이어를 단련시킨다. 그래서 스포츠는 유독 ‘폼’이나 ‘라인’ 같은 말을 자주 언급한다. 라인 안쪽 세계엔 반칙도 있고 페어플레이도 있다. 모든 것으로부터 공정하기 위해 룰이 만들어지고 그걸 지킴으로써 상대에 대한 존중을 실현한다. 애매한 상황이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리그나 연맹은 머리를 맞대고 세칙을 고쳐나갈 것이다. 게임은 늘 그런 방식으로 나아졌고 갱신됐다.
머리가 복잡한데,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른다. 다만 라인 바깥의 여기에도 반칙이나 페어플레이가 존재한다는 것쯤은 안다. 각자의 코트에서, 그리고 각자가 그은 선과 규범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어떤 사람이 있다. 나는 그렇게 살고 있을까. 쉽게 얻을 수 있는 답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종종 간절하기도 하고, 허공 어디에 공이 있는 것처럼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한다. 그게 당신과 내가 서 있는 오늘 이곳의 좌표 같다. 경기장을 빠져나오면서 나는 까닭 없이 나를 비롯한 모두에게 이상한 축원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갱신된 삶과 세계가 있었다.
김동균 2020년 신춘문예 시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