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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치료제 효과 본 3번 환자 “좀 심한 감기… 무서운 병 아니다”

입력 | 2020-02-13 03:00:00

확진환자 28명중 7명 퇴원




12일 퇴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환자 3명은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의 3번 환자(54)와 17번 환자(38), 그리고 전북 익산시 원광대병원의 8번 환자(63·여)다. 하루에 3명이 퇴원한 건 처음이다. 이로써 확진 환자 28명 중 완치자는 7명(25%)이 됐다.

○ 에이즈 치료제 효과 확인

17번 환자의 입원 기간은 7일에 불과했다. 3번과 8번 환자는 각각 17일, 12일 만에 병원 문을 나섰다. 명지병원 의료진은 “연령이 낮을수록 면역력이 왕성해 완치가 빨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명지병원은 이날 3번 환자의 치료 경과도 발표했다. 3번 환자는 입원 초기 발열과 마른기침 증상만 보였지만 엿새째인 지난달 30일부터 폐렴 증상이 나타났다. 의료진은 이달 1일부터 환자에게 에이즈(AIDS·후천면역결핍증) 치료제인 항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AIDS 원인 바이러스) 약제를 투여하고 결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 양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투여 첫날 환자의 바이러스 검출량이 전날보다 99% 떨어진 것. 다음 날은 아예 검사 값이 나오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거의 사라졌다는 뜻이다.

치료를 이끈 임재균 명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아직 약에 의한 치료인지 자연 치유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 그래도 치료가 시급한 신종 코로나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초기부터 항HIV 약제를 투여할 만하다”고 말했다. 3번 환자의 치료 결과는 연구논문으로 작성돼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17일 게재될 예정이다.

이날 퇴원 환자들은 신종 코로나가 아주 심각한 병은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3번 환자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조금 심한 감기 정도일 뿐 무서운 병이 아니었다”라며 “확진 환자나 중국 우한 사람들에게 ‘낙인’이 찍히지 않도록 정부가 이런 사실을 널리 알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간식을 넣어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준 의료진의 헌신 덕에 빨리 나을 수 있었다. 감사하고 힘내시라고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17번 환자도 “겪어보니 금방 치료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환자들의 쾌유를 빈다”고 했다.

6일 퇴원한 국내 첫 확진 환자인 중국인 여성(35)은 11일 오후 한국 교민 이송을 위해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로 출발한 3번째 임시항공편(전세기)을 이용해 우한 자택으로 갔다. 그는 채널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들이 다 집에만 있다. 우한 도시 전체가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멈췄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의료진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일찍 치료 받고 의료진 말만 잘 따르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3차 전세기 교민 5명 의심증세

이날 전세기로 입국한 우한 교민과 이들의 중국인 가족 등 147명(한국인 79명, 중국인 가족 67명, 미국인 1명) 중 5명(한국인 3명, 중국인 가족 2명)이 국내 검역 과정에서 발열 혹은 호흡기 증상을 보여 국립중앙의료원에 격리됐다. 이들의 자녀 2명도 함께 이송됐다. 5명의 검사 결과는 13일에 나올 예정이다.

7명을 제외한 140명은 임시 수용시설인 경기 이천시 합동군사대 국방어학원에 들어갔다. 이들은 14일 동안 이곳에 머문다. 앞서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전세기로 입국한 우한 교민들은 15, 16일 각각 격리에서 해제된다.

한편 우리 정부는 중국 본토만 적용했던 특별입국절차 적용 지역을 12일 0시부터 홍콩과 마카오로 확대했다. 홍콩, 마카오 입국자들은 중국 입국자들의 전용 입국장을 함께 사용한다. 또 증상 유무와 국내 주소, 연락처를 확인받은 뒤 매일 건강 상태를 보고하는 모바일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코로나 분리 배양에 성공했다고 이날 밝혔다. 질본은 분리 배양된 바이러스를 17일부터 유관 부처와 연구기관에 분양할 예정이다. 진단시약 1개 제품도 추가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았다.
이미지 image@donga.com·송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