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근로시간 단축-임금인상에 노인 일자리 책임도 떠넘겨” 불만
문재인 대통령이 “고용 연장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밝히면서 정년 연장이 총선을 앞두고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거를 두 달 남겨둔 시점에서 대통령이 사실상의 정년 연장 카드를 꺼내 든 데 대해 야당은 ‘총선용 공약’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청와대와 여당은 “총선 전에 이뤄지지 않을 일”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선 “일하는 시간은 줄이고 임금은 늘리라더니, 이제 청년에 이어 노인 일자리도 늘리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12일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의 ‘어르신 고용 연장’ 발언 직후 총선용 매표 발언, 청년층 일자리 부족 사태 심화, 기업 부담 가중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 등의 비판적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보수당 이종철 대변인도 “당장 표를 쫓는 공허하고 무책임한 주장”이라며 “60세로 정년 늘린 지 3년밖에 안 됐는데 또다시 정년을 늘린다면 기업들 고용 부담이 막심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의 비판에 대해 청와대는 “총선 전 결론이 날 사안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고용 연장을) 처음 언급한 것도 아니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있다”며 “고용 연장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은 만큼 단시일 내에 결론이 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앞서 지난해 9월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2022년 이후 ‘계속고용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에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 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재고용, 정년 연장 등 다양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선거를 앞두고 장년층 이상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정년 연장 카드를 꺼내 든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역대 연령별 투표율이 가장 높은 60, 70대를 공략한 발언이 아니냐는 시선이다. 20대 총선 20대 투표율은 52.7%, 60대는 71.7%, 70대는 73.3%였다.
김지현 jhk85@donga.com·한상준·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