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오스카 역사 바꾸다]전 세계가 ‘봉준호 앓이’
미국 조지아주의 한 DVD 대여점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봉준호 감독 작품 . 가장 아래에 있는 ‘Barking dogs never bite(플란다스의 개)’부터 맨 위의 ‘Parasite(기생충)’까지 봉 감독의 영화가 나온 순서대로 쌓아 놓았다. videodrome 인스타그램 캡처
영화 ‘기생충’이 세계로 질주 중이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9일(현지 시간) 이후 세계 극장가에서 기생충의 흥행 열풍이 시작되고 있다.
통상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면 북미 시장의 박스오피스 매출이 2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연예 매체 할리우드리포트에 따르면 미 전문가들은 기생충이 4500만∼5000만 달러의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재개봉 열풍도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10일 재개봉해 이틀 만에 1만 명을 모았다. CGV 베트남 법인은 17일 베트남 전역 약 100개 상영관에서 ‘기생충’을 재개봉한다. 지난해 6월 개봉 당시 ‘기생충’은 역대 베트남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고 성적을 냈다. CGV 터키, 인도네시아 법인에서는 각각 7, 11일 30여 개 극장에서 재상영을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기생충’을 계기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등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뿐 아니라 박찬욱 연상호 감독 등 한국 감독 작품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는 영화 평점 ‘토마토미터’를 봉 감독의 전작과 한국 영화 30선에 대해 제시했다. 네온은 ‘살인의 추억’을 북미에서 재개봉할 예정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비영어권 영화와 드라마를 폭넓게 소개하며 비영어권 영화시장을 개척했다면 기생충은 이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하는 유러피안필름마켓(EFM)은 한국영화뿐 아니라 아시아 영화들이 ‘기생충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배급사인 스플렌디드 필름의 디르크 슈바이처 구매 담당 이사는 “기생충이 새로운 아시아 영화들을 위한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며 “너도나도 이 ‘마차’에 올라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손택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