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학대로 동생 둘 잃은 원주 아동… 건보료 체납-예방접종 누락 등 포착 우선순위 밀려 번번이 방문조사 무산… 70만 의심아동중 10만명만 방문대상
부모의 학대와 방치로 동생 2명이 숨진 황모 군(5)이 정부의 위기아동 경보망에 4번이나 걸렸지만 번번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방문조사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 세 남매처럼 방문조사 대상에서 밀린 위기 의심 아동은 60만 명을 넘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황 군은 2018년 3월과 6월, 지난해 1월 등 총 세 차례 ‘e아동행복지원 시스템’에 포착됐다. 이 시스템은 영·유아 건강검진이나 국가예방접종 미실시 기록 등 공적 정보 41종을 모아 한 가지라도 해당하면 위기 의심 아동으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한 아이들은 방문조사 대상으로 선별해 현장 점검에 나선다.
하지만 황 군은 한 번도 방문조사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보호자가 건강보험료를 오래 체납했고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등 3가지 의심사항이 나타났지만, 나머지 38개 기준엔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임대료 체납’은 이들 가족이 강원 원주시 모텔을 전전해 해당 사항이 아니었다.
e아동행복지원 시스템은 수년간 학대를 당하다 숨진 ‘원영이 사건’을 계기로 2018년 3월 예산 19억6925만 원을 투입해 구축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도 사각지대가 적지 않아 위기 의심 아동 가운데 방문조사 대상을 선별하는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방식으로는 세 남매처럼 장기간 학대에 시달리는데도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얼마든지 나오기 때문이다. 사회보장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위기 의심 아동으로 분류된 아이는 70여만 명이지만 10만2554명만 방문조사 대상이었다.
정부와 관할 자치단체가 황 군과 여동생을 위기 의심 아동으로 포착해 즉각 방문조사에 나섰다면 셋째 남동생은 목숨을 건질 수도 있었다. 2018년 태어난 막내는 역시 부모에게 방치당하다 돌도 맞지 못하고 지난해 숨을 거뒀다.
조건희 becom@donga.com / 원주=이인모·이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