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 겸 전 부총리(47·사진)가 부총리 시절 국제구호단체 난민선 입항을 막은 혐의로 법정에 섰다. 이탈리아 의회에서 그의 면책특권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안사 통신에 따르면 상원은 12일 전체 321석 중 찬성 152 대 반대 76으로 살비니의 면책특권 박탈을 의결했다. 살비니가 소속된 극우정당 ‘동맹’ 의원 58명과 일부 의원은 표결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살비니 의원은 정식으로 재판에 넘겨져 공판을 받는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15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동맹’은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2018년 6월~2019년 8월까지 연합정부를 구성했다. 두 당은 고속철 건설, 감세 등에 대한 입장 차이로 갈라섰다. 연정 중 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역임한 살비니는 반난민 정책을 주도했다. 그는 2018년 7월 국제구호단체의 난민선 입항을 막아 배에 탄 아프리카 이주민 131명이 일주일 넘게 지중해 해상에서 지내야 했다. 이탈리아 안팎의 비판이 거셌다.
면책특권 박탈이 그를 포함한 극우세력 전반에 정치적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살비니 의원은 일자리 감소와 경기침체 등으로 자국 내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진 상황을 이용해 입지를 다졌다. 지난해 10월 중부 움브리아 주(州) 지방선거에서도 동맹을 중심으로 한 우파 연합이 승리했다. 살비니는 당시에도 움브리아 전역을 누비며 난민 반대를 외쳤다.
26일 에밀리아·로마냐주 선거에서도 동맹의 선전이 예상된다. 특히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그에게 대거 동정표를 던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를 의식한 듯 살비니 의원은 이날 면책특권 박탈에 개의치 않는다며 “국민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재판을 받겠다”고 밝혔다. BBC는 설사 그가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항소 등을 감안하면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 기간 동안 살비니가 자신을 ‘이탈리아의 수호자’로 포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