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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효과에 두달새 2억↑… ‘수용성’ 핀셋규제 할듯

입력 | 2020-02-14 03:00:00

정부, 조정대상지역 추가 검토… 수원 권선-영통 1주일새 2%대 올라
집값 상승률 나란히 전국 1, 2위… 용인 수지 작년 10월보다 3억 뛰어
정부, 급등 예견됐지만 늑장 대처… “또 다른 풍선효과 우려” 분석도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12·16부동산대책 이후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수용성(수원 용인 성남)’ 일부 지역의 집값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2월 둘째 주 수원 권선구의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2.54% 상승하며 첫째 주(1.23%)보다 2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이처럼 12·16대책의 풍선 효과가 커지자 정부는 대책 이후 약 두 달 만에 가격 급등세가 나타나는 지역에 추가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 규제로 인한 부작용을 또다시 규제로 잡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부가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 이후 ‘수·용·성(수원 용인 성남)’ 집값이 급등하자 이 지역을 규제대상 지역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12·16대책의 타깃인 서울을 피해 규제가 없거나 덜한 수·용·성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청약시장이 과열되는 ‘풍선효과’가 확산되자 추가 규제를 내놓기로 한 것이다.

13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2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 주간 가격 동향’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와 용인시, 성남시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 특히 수원시의 상승세가 거세다. 수원시 권선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2.54% 상승하며 공표 대상인 176개 시군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주 상승률(1.23%)보다 2배 이상으로 오름폭이 커졌다. 수원시 영통구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2.24%)을 보였고 △수원시 팔달구(2.15%) △용인시 수지구(1.05%) △수원시 장안구(1.03%) 순이었다.

이들 지역에서 집값이 급등한 건 서울에 비해 규제가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서울 전역은 투기과열지구인 동시에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다. 투기과열지구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제한되고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LTV 60%, DTI 50%가 적용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나 분양권 전매제한 등 규제가 이뤄진다.

서울은 해당 규제를 모두 적용받는 동시에 12·16대책에 따라 15억 원 이상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이 차단되고 9억원 초과 15억 원 미만 주택의 LTV는 40%에서 20%로 강화됐다. 사실상 대출받아 집을 사는 게 막힌 것이다.

반면 수·용·성 내 투기과열지구는 성남시 분당구 단 1곳이다. 투기과열지구보다 규제 수준이 낮은 조정대상지역도 수원시 팔달구, 용인시 수지구 기흥구, 성남시다. 나머지 지역은 LTV 규제, 전매제한 등 규제가 없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전경.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 이후 ‘수·용·성(수원 용인 성남)’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이들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 대책 이후 13일까지 수지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누적 상승률은 5.75%로 과열 우려가 제기돼 왔다. 동아일보 DB

규제를 피해 이들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수원시 아파트 가격은 12·16대책 이후 13일까지 약 2개월 만에 6.88% 올랐다. 수원시 장안구(3.44%)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자치구에서 7%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원시 영통구의 상승률은 8.33%에 달했다. 이 기간 용인시의 아파트 가격도 3.99%나 상승했다. 수지구(5.75%)의 상승률이 가장 컸고 기흥구(3.6%)와 처인구(0.27%)가 뒤를 이었다. 성남시 아파트의 상승률은 0.45%로 집계됐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더 크다. 권선구 ‘호반베르디움더퍼스트’ 전용면적 84m²는 지난해 12월 초 5억400만 원에 실거래됐던 것이 지난달 초 6억 원으로 뛰었고 최근에는 7억7000만 원에 실거래 신고가 이뤄졌다.

용인시 수지구의 ‘성복역롯데캐슬골드타운’ 전용면적 84m²의 실거래가 역시 지난해 10월 8억5000만 원에서 지난달 11억7200만 원으로 3억 원 이상 급등했다.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김모 씨(38)는 지난해 10월 3억6000만 원을 주고 전용면적 59m²를 매입했는데 요즘 집값이 5억 원가량으로 더 뛰자 투자 목적으로 한 채 더 사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김 씨는 “처음에는 ‘거품’이라고 생각했지만 ‘교통 호재가 많다’ ‘리모델링이 되면 주거 여건도 좋아질 것’ 등 솔깃한 말들이 많아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닌가 싶다.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주재로 비공개 회의인 ‘녹실회의’를 열고 수·용·성 등 부동산 가격 동향과 추가 규제 등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최근 집값이 급등한 지역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시장 불안이 심화하거나 확산될 경우 규제지역 추가 지정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부 움직임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안성용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은 “12·16대책에 따른 풍선효과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정부의 대처가 너무 늦었다”며 “특정 지역의 가격이 오를 때마다 규제를 가한다면 또 다른 풍선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뿐더러 장기적인 가격 안정세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구 soon9@donga.com·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