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부실대응으로 리더십 타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사진)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리더십이 ‘코로나19’에 대한 부실한 대응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AP·동아일보DB
○ ‘블랙스완’에 발목 잡힌 시 주석
시 주석은 13일 후베이(湖北)성 1인자인 장차오량(蔣超良) 당 서기와 우한(武漢)시 최고 책임자인 마궈창(馬國强) 당 서기를 동시에 전격 경질했다. 2013년 시 주석이 집권한 이후 특정 사안을 놓고 이렇게 강력한 문책을 한 것은 처음이다. 시 주석은 자신의 측근 그룹을 뜻하는 시자쥔(習家軍)에 속하는 잉융(應勇) 상하이(上海) 시장을 후베이성 서기에, 왕중린(王忠林) 지난(濟南)시장을 우한시 서기에 임명했다. 또 이날 후베이성 우한시에 육해공군, 로켓군, 전략지원 부대, 무장경찰을 망라한 군 의료진 2600명을 추가 투입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그만큼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이날 후베이성의 감염자, 사망자 수가 폭증하면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정보 공개 방식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 초강경 대응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이 대응한 시점도 늦었다. 시 주석이 처음 코로나19에 대해 언급한 것은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40여 일이 지난 지난달 20일이었다. 시 주석은 지난달 하순부터 코로나19 대응을 직접 지휘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달 11일 마스크를 쓰고 베이징 방역 현장을 찾을 때까지 언론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왜 진실을 막고 헌법에 보장된 언론 자유를 통제하는가”라는 반발이 확산됐다. SNS 웨이보에 “정부가 이번 사건으로 공신력을 심각하게 상실했다.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등 정부를 비판하는 글이 잇따랐다. 지식인 사회 일각에서는 시 주석 퇴진론까지 등장했다.
중국 공산당은 당 창건 100주년이 되는 내년에 샤오캉(小康·전반적으로 풍족한 사회)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추진해 왔다. 이에 시 주석은 지난해 초부터 블랙스완(예측하지 못한 위기)에 대한 대비를 부쩍 강조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홍콩 사태에 이어 올해 코로나19라는 블랙스완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 ‘공포 크루즈’ 제어 못 하는 아베 총리
아베 총리는 지난달 말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본부를 만들고 자신이 본부장을 맡아 회의를 주재했다. 후베이성 여행자 입국 금지 등 강경 대책을 잇달아 발표하며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시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선상 격리’만 고집하다가 13일 크루즈선 확진자 44명이 추가로 확인돼 크루즈선의 확진자가 218명으로 늘어난 뒤에야 뒷북 대응에 나섰다. 후생노동성은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80세 이상 고령에 지병이 있는 탑승자’ 약 200명만 14일부터 우선 하선시키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3000여 명은 여전히 2주 격리가 끝나는 19일까지 선내에서 대기해야 한다.
‘공포 크루즈선’은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3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스라엘 외교부는 전날 일본 외무성에 선내에 머물고 있는 자국민 15명에 대해 하선 후 조속한 검사를 실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 영국 인도 등도 자국 승선객을 본국으로 송환하겠다고 일본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외교부도 크루즈선 내 한국인 14명을 이송해야 할 경우에 대비해 일본 당국과 협의에 나서고 있다. 외교 당국자는 “상황에 변화가 생길 경우 일본 당국과 협의해 어떤 대응 방안을 가질지 강구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아베 총리가 ‘벚꽃을 보는 모임’과 카지노 스캔들로 여론의 비난을 받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스캔들은 묻히는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크루즈선 부실 대응으로 아베 총리가 다시 고전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가 올해 가장 중요한 행사로 여기는 도쿄 올림픽과 시 주석의 국빈 방일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산케이신문은 13일 “아베 총리는 그동안 시 주석의 방일 시기와 관련해 ‘벚꽃이 필 때쯤’이라는 표현을 써 왔는데, 이제 총리관저도 ‘(코로나19 사태 수습으로 바쁜 시 주석이) 벚꽃을 볼 수 없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