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112개 기업 4년만에 공개… 이스라엘 등 로비 막혀 미뤄져 정착촌, 국제사회서 불법 간주… 해당기업 불매운동 일어날 듯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12일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정착촌 건설에 관여한 에어비앤비, 알스톰, 부킹닷컴 등 기업 112곳의 명단을 발표했다.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정착촌 건설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향후 불매운동 등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OHCHR가 발표한 기업에는 모토로라 솔루션스, JCB, 트립어드바이저, 익스피디아 등 유명 글로벌 기업이 다수 포함됐다. 112곳 가운데 이스라엘 기업이 94곳, 다른 6개 나라에 본사를 둔 기업이 18곳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 전쟁을 통해 서안지구를 점령했다. 유엔 등 대부분의 국제기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토대로 한 분쟁 해결책인 ‘2국가 해법’을 지지하며 서안 점령을 불법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 지역에 140여 개 정착촌을 세웠다.
보고서가 공개된 뒤 팔레스타인과 국제인권단체들은 환호한 반면 이스라엘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리야드 알 말리키 외교장관은 페이스북에 OHCHR의 기업 명단 발표를 “국제법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OHCHR는 “언급한 기업들에 대한 사법적 혹은 준사법적 절차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라며 보고서에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민감한 사안인 만큼 명단에 오른 기업에 대한 불매(Boycott), 투자 회수(Divestment), 경제 제재(Sanction)를 펼치자는 ‘BDS 운동’이 거세질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거론된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 친(親)팔레스타인 움직임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에어비앤비, 부킹닷컴, 트립어드바이저 등 개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은 특히 타격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