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아파트 계약 사실 알고도 “매수했다는 부분 편집할테니…” 불안한 세입자인양 방송 내보내… “결론 내려놓고 끼워맞추기” 비판 MBC3노조 “신뢰성에 치명적 해악”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이 11일 방영분에서 서울에 9억 원짜리 아파트 매입 계약을 맺은 20대 여성을 무주택자인 것처럼 보도해 논란이 일자 12일 사과했다. 하지만 사과 내용에 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파문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PD수첩은 11일 방영된 ‘2020 집값에 대하여 3부: 커지는 풍선효과, 불안한 사람들’ 편에서 서울 용산구에 사는 20대 전세 세입자 김모 씨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집값이 크게 올라 밀레니얼 세대가 집을 사기 어렵다는 방송 내용을 뒷받침하는 인터뷰였다.
김 씨는 “(제가 이 집을) 샀으면 1억2000만 원이 올랐을 텐데”라고 말했다. 이어 PD수첩 제작진은 “더 늦기 전에 아파트를 사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주말엔 짬을 내서 남편과 아파트를 보러 다니고 비교 분석해 봅니다”라는 내레이션을 넣었다.
하지만 인터뷰 하루 전에 아파트 계약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누락한 채 방영한 것은 보도윤리 위반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MBC노동조합(3노조)은 이날 성명을 내고 “MBC 사규인 방송강령에는 ‘객관적인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 같은 조작은 MBC 전체의 신뢰성에 치명적인 해악”이라고 비판했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인터뷰 전에 해당 사실을 알았으면 인터뷰를 하지 않거나, 했어도 내보내지 않는 게 상식적”이라며 “제작에 들어갈 때부터 목적을 갖고 보도의 방향을 정해놓은 것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의 비판도 빗발치고 있다. PD수첩 홈페이지 시청자 의견 게시판에는 “조작수첩 그만 폐지하라”, “뭔가 결론을 내고 방송을 끼워 맞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인터뷰 조작이라니 PD수첩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 이대로 방송을 계속해야 옳은 것인가” 등의 글이 올라왔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PD수첩’의 인터뷰 조작 논란에 대해 ‘MBC는 내 편은 배려, 네 편은 조작’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지난달 자유한국당에 전화 걸어 비례한국당이라 하더니 MBC가 또 방송 조작을 했다”며 “조작보도 책임자를 징계하고 시청자와 무주택자에게 사과 방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