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300곳 ‘혈액관리위’ 설치… 위기 단계별 수혈량 조정해야
텅 빈 혈액 보관 저장소. 뉴시스
앞으로 모든 대형병원을 포함해 의료기관 300여 곳은 혈액 보유와 사용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갖추도록 지침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시스템 마련이나 조치 등이 부족할 경우 혈액 공급 제한 등 불이익을 받는다. 정부가 의료기관의 혈액 사용량 관리에 대해 구체적 지침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일정량 이상 혈액을 사용하는 병원은 앞으로 위기 상황에 대비해 운영진(부원장급 이상), 주요 임상 의료진, 혈액은행 관리자 등으로 이뤄진 ‘응급혈액관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위원회는 위기상황에 따른 계획을 수립하고 위기가 닥쳤을 때 혈액 사용에 대한 주요 결정을 맡는다.
혈액 보유량을 관리·감독하는 별도의 관리책임자도 지정해야 한다. 책임자는 위기상황 시 혈액 보유량을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과도한 혈액 사용 등으로 수혈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위원회 소집을 요청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위기 단계에 접어들면 혈액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대체 요법 등을 의료진에게 권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최종 검토를 마치는 대로 이번 개선안을 대한병원협회에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상 병원들은 복지부 지침에 따라 위원회 구성 등 관련 대책을 세워 제출해야 한다. 계획 수립이나 조치 이행이 미비한 병원은 위기상황에는 혈액공급을 제한할 방침이다.
정부가 이러한 시스템 마련에 나선 건 최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혈액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전국 혈액 보유량을 한때 위기 수준인 2일분대로 떨어졌으며 대구경북 지역은 1일분대로 바닥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혈액 보유량 대비 의료기관의 혈액 소비가 지나치게 많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헌혈 참여율은 5, 6% 수준으로 2%대인 대다수 선진국에 비해 높지만 매번 혈액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계기로 혈액 관리 중·장기 계획을 추가로 수립할 계획이다. 혈액 관리와 정책을 담당하는 ‘국가혈액관리정책원’ 설립도 속도를 낸다. 국가혈액관리정책원 설립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