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요청보다 정권욕에 매여 분열 초래… 싸워 이기면 그게 정의라는 투쟁논리 거듭 기업인 적대시, 기업 성장 저해하는 정치 이념 따른 법제정으로 권력국가화 우려도… 정권욕 못 벗으면 남는 것 없이 끝날 것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그래도 국민이 직접 선출한 문 대통령은 믿고 싶었다. 촛불 혁명의 뜻을 따라 나라다운 나라를 약속했고, 국민의 복지와 안정은 물론 분열됐던 국민의 상처를 치유하는 협치와 통합의 정치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기 절반이 지난 지금 생각이 있는 국민의 대다수는 대통령의 정책발언을 믿지 않는다. 취임사에서 약속했던 내용들과 상반되는 정치를 해왔고 앞으로도 내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런 결과를 초래했는가. 자유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의 요청보다는 정권을 유지, 연장하려는 정권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민을 위한 정부는 남긴 바가 있어 성공했으나 정권 유지를 위한 정부는 실패는 물론이고 역사의 불행과 적폐를 남겼다는 엄연한 진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통령에게 늦기 전에 정치 방향을 시정하든가, 주변 추종자들을 사회지도층으로 교체하기 바랐던 이유이다.
경제문제의 심각성도 그렇다. 여론의 조작이나 선호하는 통계로 스스로의 속임수에 빠지는 과오를 의심케 한다. 원전 문제나 이명박정부 때의 4대강 보에 관해서는 누구도 그 진실을 모른다. 노사는 싸움의 도장이 아니다. 협력해서 국가경제에 기여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노조 없이 성장한 기업체가 있다면 노사 투쟁이 없는 기업체의 수가 많아져야 한다. 기업인을 적대시하는 폐습은 바른 길도 아니고 생산적이지도 못하다. 국제적 운동선수를 키우듯이 우수 기업을 도와야 한다. 국민들은 정치가보다는 좋은 기업가를 더 존경한다.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정치가 걱정이다. 경제정책은 언제나 미래와 세계무대를 위한 선택이어야 한다.
사회문제는 어떠했는가. 정권적 이념에 맞추기 위한 법을 제정하고 정치권력이 개입하게 되면 과거의 군정이나 권력국가로 되돌아간다. 공산 중국의 선택과 같아진다. 각계 전문가들의 자율적인 선택과 노력에 의한 선한 질서가 창출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법치정책을 권력구조에 맞추기 위해 윤리 가치와 질서를 배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간단하다. 더 많은 국민이 인간다운 삶과 선한 사회를 지향할 수 있도록 자유와 인간애의 길을 보장하는 책임이다. 국민들이 폐쇄적인 진보보다 열린 보수를 원하는 것은 현 정권의 잘못된 선택과 정책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아메리카에 대해 ‘NO’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서 ‘NO’라고 말한 것은 듣지 못했다. 북한의 동포를 위하며 통일을 원한다면 김정은에 대해 ‘아니’라고 말할 신념도 있어야 한다. 인간 모두의 존엄성을 위한 지도자의 의무인 것이다.
국가의 100년 대계를 위한 교육정책은 어떻게 하겠다는 방향과 신념도 들어 본 기억이 없을 정도이다.
물론 임기 5년 동안에 주어진 과업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의 이념과 방향을 바꾼다면 그 폐해는 너무 심각해진다. 국민들의 애국심을 멀리하고 남은 임기까지 정권욕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노무현 정권이 그러했듯이 잘못된 진보정부는 남기는 바 없이 끝나게 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