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中 ‘고무줄 통계’에 국제사회 혼란
한국 정부는 중국의 확진 환자 급증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존 통계에 잡히지 않은 환자들이 포함돼 ‘착시 효과’가 나타났을 뿐, 신규 환자 발생 추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 기존 집계 방식대로 하면 신규 확진자는 1500명가량으로 전날(1638명)보다 오히려 소폭 줄었다. 단, 앞으로 중국 내 숨은 감염자가 더 드러날 가능성은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2월 말 정점 후 하강’ 등 코로나19 확산세에 대한 국내외 낙관론은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 ‘숨겨진 감염자’ 얼마나 더 있나
문제는 후베이성 당국이 이를 언제부터 파악하고 있었느냐다. 후베이성이 이날 적용한 임상 진단 기준 확대는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내놓은 ‘코로나19 진단 방안’(제5판)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이 방안은 4일 발표됐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은 “후베이성이 임상 진단 방식으로 확진 판정을 내린 환자 수를 발표한 것은 이로부터 일주일 후”라며 “그동안 폐렴 증상이 있는 임상 진단 환자가 확진 환자로 계산되지 않았고, 이들 임상 진단 환자의 구체적인 수가 대외에 공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확진 환자 폭증 사실을 알고도 발표를 미룬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중국필승” “우한필승” 12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고층 건물 외벽에 조명을 이용해 만든 ‘중국필승(中國必勝)’ ‘우한필승(武漢必勝)’ 문구가 빛나고 있다. 우한=신화 뉴시스
이는 지금까지 후베이성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실제의 20∼50%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된다. 새로운 기준으로 확진자를 판단하면 향후 감염자와 사망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제사회도 중국이 아직도 정확한 감염 실태를 숨겼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역학전문가인 닐 퍼거슨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교수는 “중국이 중증환자들에 대해서만 확진 판정을 내리고 있다”며 “실제 사망자와 확진자 수에서 10% 정도만 공식 통계에 포함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정점 시기 예측 불가”
바이러스의 특성상 날씨가 따뜻해지는 3, 4월이면 전염력이 떨어져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남아시아 지역에도 환자가 많다”며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기온과의 관계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거 입국하는 3월 이후가 국내 코로나19 확장세의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아닌 제3국의 감염병 관리 능력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제2의 우한(武漢)’이 나타날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인접한 중앙아시아와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을 주목한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인들이 관광·사업 목적으로 많이 찾는 라오스, 미얀마 등에서 아직 확진환자가 나오지 않았다”며 “신종 감염병을 진단할 의료 시스템을 못 갖춘 나라에서 바이러스가 퍼져 토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