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연구팀, 내부 음향 복원 나서… 소리 6초간 지속되는 ‘잔향 현상’ 디자인-건축재 분석 통해 재현
프랑스국립과학원(CNRS) 연구팀은 2013년 노트르담 대성당의 음향을 측정했다. 청중의 위치에 따른 세세한 울림이 자세히 기록됐다. CNRS 제공
작년 10월에야 잔해 제거를 시작한 노트르담 대성당엔 최근 음향학자들이 찾기 시작했다. 화재와 함께 사라져 버린 성당의 소리를 되돌려주기 위해서다. 미국의 과학매체 ‘사이언스뉴스’는 대성당의 음향 복구 임무를 맡은 음향학자 브라이언 카츠 프랑스국립과학원(CNRS) 연구원 팀의 이야기를 전했다.
연구팀이 우연한 기회에 미리 만들어 놓은 ‘소리 지도’는 대성당 소리를 복원하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3년 연구팀은 대성당에서 음악회가 끝난 심야에 스탠드 마이크 수십 대와 마네킹을 이용해 대성당의 음향 특성을 측정했다. 이를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비교해 성당 내부에서 소리가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를 예측했다. 연구팀은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나는 소리가 독특하다는 점에 착안해 소리 지도를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이 성당에서는 조용한 상태에서 발걸음 소리를 내면 수 초간 그 소리가 똑같이 들리는 현상을 어렵지 않게 경험한다. 소리가 멎은 뒤에도 계속 들리는 일종의 ‘잔향 현상’이다. 음파가 벽이나 바닥, 천장에 반사된 뒤 뒤늦게 도달하며 생기는 현상이다. 잔향이 길면 음악의 음색이 풍부하고 소리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일부 음향학자들은 문화적 가치가 크고 불의의 사고로 사라지면 안 될 옛 성당의 소리 지도를 작성하고 있다. 리디아 모랄레스 영국 요크대 연극영화 및 TV학부 박사후연구원은 요크 민스터 성당과 브리스틀 대성당 등 영국 내 4개 성당의 음향 지도를 만들어 지난해 국제음향학회에 발표했다. 테니스 코트보다 큰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가진 요크 민스터 성당은 1829년과 1940년 큰 화재를 겪고 수리됐다. 모랄레스 연구원은 “성당에서 느끼는 소리가 성당의 핵심 특성”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을 위한 디자인과 건축재가 음향에 미치는 영향을 소리 지도를 통해 분석할 예정이다. 카츠 연구원은 “회랑 일부를 덮는 작은 선택만으로도 소리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