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을 총괄하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5년 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국내 유행 때도 언론 브리핑을 맡았다. 최근에는 부쩍 수척해진 모습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뉴스1 © News1
“잠시 눈을 붙이는 시간을 제외하면 종일 긴급상황실을 지켜야 합니다. 확진환자 현황을 집계하고 오후 2시 언론 브리핑 준비, 각종 화상 회의에 참석하려면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매 끼니를 도시락이나 이동밥차로 때울 수밖에 없죠.”
질병관리본부 한 공무원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을 총괄하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의 일과를 이같이 귀띔했다.
정은경 본부장이 별 보고 출근하고 달 보고 퇴근하는 곳이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EOC)이다. EOC는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는 질병관리본부 산하 조직으로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민간기관 등과 실시간 소통하며 감염병 대응을 총괄하는 지휘본부다. 감염병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신고 접수부터 필요한 대응조치가 이곳으로 실시간 보고되고 조정된다.
EOC를 종일 지키는 정 본부장이 코로나19의 국내 유입으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를 두고 5년 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가 떠오른다는 얘기가 많다. 당시 정은경 본부장은 질병예방센터장 자격으로 언론 브리핑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의사 출신의 위기관리 대응 전문가로 지난 2017년 7월 질병관리본부장에 임명됐다. 1965년생으로 전남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보건학), 박사(예방의학) 학위를 받았다.
정 본부장은 1995년 질병관리본부 전신인 국립보건원 연구관 특채로 공직에 입문한 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과장·질병예방센터장·긴급상황센터장 등을 지냈다.
이번 정부 들어 국장급에서 실장급(1급)을 거치지 않고 바로 차관으로 승진한 것은 정은경 본부장과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극히 일부다. 첫 여성 질병관리본부장이기도 하다.
외부에 비치는 정 본부장의 모습은 차분한 편이다.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이기도 한데, 메르스 때는 브리핑 도중 기침을 자주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지금은 부쩍 수척해진 모습이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에서 16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4일 오전 관할 보건소에서 환자 A씨(42·여)가 다녀간 광주 광산구 한 병원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뉴스1 © News1
하지만 정은경 본부장은 “국내 코로나19가 변곡점을 맞거나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아직은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라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그 부분은 조금 더 면밀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국내 유행 단계를 아직 가늠하기 어렵지만, 중국의 확진환자가 13일 기준 4만8000여명에 달하고 크루즈선 내 감염자가 속출한 일본과 비교하면 비교적 잘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현장에서 밤샘 업무를 마다하지 않는 현장 직원들의 역할이 컸다.
질병관리본부 한 관계자는 “일선 보건소 직원과 역학조사관들이 가장 고된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며 “새벽에도 의심환자가 나오면 현장으로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