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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의식 없는’ 대중이 사라졌다

입력 | 2020-02-15 03:00:00

◇새로운 대중의 탄생/군터 게바우어, 스벤 뤼커 지음·염정용 옮김/384쪽·1만8000원·21세기북스




왜 ‘새로운’ 대중일까. 21세기에 세상의 중심은 대중에서 영향력 있는 개인, ‘인플루언서’에게로 옮겨가는 듯했다. 유행보다 취향이 더욱 존중받는 듯했다. 그러나 대중은 위력적으로 다시 살아났다. 이른바 아랍 혁명에서뿐 아니라 홍콩에서 우리는 부활한 대중의 힘을 본다. 지난해 이후 서울 중심부와 서초동에서 일어난 대중‘들’ 사이의 대결에서도 마찬가지다.

독일 철학자인 두 저자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양상이 기존의 조밀하고 위계질서로 짜여진 대중 대신 느슨하게 결속된, 개방적인 대중을 낳았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소수의 통로가 아니라 유튜브 채널만큼이나 다양한 경로에서 영향을 받는다. 이들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집단 속에서도 자아를 잃지 않는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새로운 대중은 오히려 참여 속에서 ‘이것은 바로 나의 사건’이라는, 자아의 강화를 체험한다. 균질적이지 않은 다원화된 집단들로 움직이지만 그 바탕이 되는 사회 자체가 과거보다 다양하기 때문에 각각의 참여자들은 오히려 더 높은 동질감을 갖게 된다. 옛 독재자들이 깔보고 이용했던 ‘의식 없는’ 대중은 사라진 것이다.

새로운 속성이 부여된 오늘의 대중에 대한 분석에 그치지 않고 프랑스 혁명으로 처음 존재를 드러냈던 대중에서부터 ‘자발성을 갖춘 대중’으로 변화하는 대중의 역사를 따라가며 조감할 수 있도록 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