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피에르 크리스탱 글·세바스티앵 베르디에 그림·최정수 옮김/160쪽·2만 원·마농지
그래픽 전기 ‘조지 오웰’에 나오는 ‘1984’ 이미지. 오웰은 전체주의의 감시와 억압을 비판하며 “빅브러더는 당신을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마농지 제공
‘동물농장’ ‘1984’로 잘 알려진 조지 오웰(1903∼1950)은 여러 수식어로도 설명이 쉽지 않은 작가다. 그는 시대의 전환기마다, 전체주의의 유령이 고개를 들 때, 빅브러더(Big Brother)의 숨결이 느껴질 때면 어김없이 소환되는 영원한 생명력의 작가다.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 오웰은 그가 어른이 돼서 자주 낚시하러 갔던 영국 한 강의 이름이다.
이 책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은 작품을 기획하고 글을 담당한 피에르 크리스탱(82·사진)이다. 그는 프랑스 소르본대와 파리정치대에서 언어와 정치를 공부한 뒤 작가 번역가 음악가로 활동했다. 1967년 그가 만화가 장클로드 메지에르와 작업한 SF만화 ‘발레리안과 로렐린’ 시리즈는 43년 동안 연재되면서 ‘국민 만화’가 됐다.
크리스탱은 그림으로 만든 이 흑백 다큐의 뛰어난 ‘감독’이 됐다. 그는 오웰의 작품을 섭렵한 뒤 작가의 삶을 ‘오웰 이전의 오웰’ ‘블레어가 오웰을 창조하다’ ‘오웰은 누구인가’의 3부작으로 나눴다. 오웰 삶의 주요 장면을 세부적으로 묘사하고 곳곳에 오웰의 목소리를 시의적절하게 입혔다. 크리스탱과 여러 작업을 했던 만화가 세바스티앵 베르디에를 비롯한 7명의 작가가 협업해 그렸다. 흑백으로 구성된 책 중간에 등장하는 ‘동물농장’ ‘1984’ 등 압도적 분위기의 컬러 이미지는 보너스다.
오웰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면 깊이는 아쉬움이다. 그래픽 전기라는 형식과 분량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자주 소환되면서도, 아직 미지의 부분이 남아 있는 오웰에 대한 흥미로운 안내서로 충분하다.
김갑식 문화전문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