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베스트셀러]
조해진 소설가
창작자에게 이른 성공은 때때로 압박감으로 작용해 뜻하지 않은 공백을 가져오기도 하는데 ‘문단의 트로이카’로 불리기도 했던 이 세 작가는 출세작 이후에도 열정적으로 작품을 발표했고 출간 때마다 독자들에게 새롭게 사랑받았다.
1990년대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빠질 수 없는 공지영의 ‘고등어’(1994년)와 신경숙의 ‘기차는 7시에 떠나네’(1999년)는 후일담 소설이되 신념을 내세우거나 과거를 미화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전 시대의 소설과 차별을 둔다. 바로 이 차별점이 1990년대의 소설적 윤리였으리라.
1990년대로부터 30년 가까이 세월이 흘러 2020년대가 됐다. 이 트로이카 중 누군가는 주춤하고 누군가는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적인 의견이 달라서, 혹은 표절 논란에 실망해 떠난 독자도 많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세 작가가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더 넓게 보게 하고 쓰고 싶은 마음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독자 무리에는 나도 포함된다. 어쩌면 소설가의 전성기란 계속해서 씀으로써 누군가에게 쓰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것, 이렇게 정의돼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10년,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몇 개의 키워드가 떠오른다. 고착화된 계급, 환경문제 그리고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인 페미니즘. 그런 의미에서 1990년대 개인의 서사와 윤리가 요구될 때 등장해 한 시대를 이끈 트로이카가 모두 여성 작가(여류 작가가 아니다)라는 사실은 2020년대에 새겨들어야 할 과거의 메아리로 느껴진다. 이제, 더 큰 진보가 있길 바란다.
조해진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