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음압격리병실 가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치료제가 없는 감염병이 유행하면 환자를 신속히 격리해 추가 확산을 막는 게 중요하다. 음압병실이 그곳이다.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감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최전선이다. 특히 의료진에는 찰나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 바이러스가 환자의 비말(침방울), 객담(가래) 등을 통해 의료진의 몸속으로 침투할 수도 있다. 방호복에 바이러스를 묻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 28명이 발생하면서 음압병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음압병실은 어떤 구조로 만들어졌고,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환자가 입원하지 않은 격리병동을 살펴봤다.
○ 7종 방호장비에 5중 출입문
일반병실과 달리 음압병실에서는 격리병동 밖 간호 스테이션에서 환자 상태를 살핀다. 모니터에는 병실, 음압복도 등 각 구역의 온도 습도 기압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격리병동은 외부보다 기압이 낮다. 병동 안 기압도 다 다르다. 내부 복도, 병실과 복도 사이 공간인 전실(前室), 병실, 병실 안 화장실 순으로 기압이 낮다. 공기를 밖에서 안으로 흐르게 해 바이러스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공간별로 기압 차를 약 3Pa(파스칼)씩 유지한다.
명지병원은 3개 층에 걸쳐 격리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음압병실까지 들어가려면 총 5개 문을 거쳐야 한다. 탈의실→전실→음압복도→전실→음압병실 순이다. 전실은 혹시나 모를 공기 중 전파를 막고, 음압을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하는 공간이다.
각각의 문들은 절대 동시에 열리지 않는다. 먼저 열린 문이 닫혀야만 약 10초 뒤 다음 문이 열리는 식이다. 자칫 기압 차가 사라져 공기가 순환하면 바이러스가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손을 가까이만 대도 문이 열리는 감지센서가 설치돼 있다.
실제 치료가 이뤄지는 음압병실은 관리가 가장 까다롭다. 환자가 배출한 병원체에 의료진이 노출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병원체를 없애려면 환기가 가장 중요하다. 환자의 머리 위로 환기통로가 설치돼 있다. 환자가 말할 때 나오는 비말이 의료진으로 향하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다. 송경석 명지병원 시설관리팀장은 “예전에는 환기시설이 천장에만 있었지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환자와 의료진 간 감염이 문제가 되면서 개선됐다”고 말했다.
12일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음압격리병동에서 한 간호사가 패스박스를 통해 외부로부터 물건을 건네받고 있다. 패스박스는 환자에게 식사나 생필품을 전달하기 위한 공간이다. 고양=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의 국가 지정 음압병실은 161개, 병상은 198개(올 1월 기준)다. 메르스 사태 당시 사용 가능한 음압병실이 79개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어느 정도 개선됐다. 하지만 병상이 서울 43개, 경기 28개, 인천 16개 등 수도권에만 87개(43.9%)가 몰려 있다. 지방의 감염병 대응 환경이 그만큼 열악한 셈이다.
정부는 향후 지역별 거점병원을 활용해 음압병상을 900개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기적으로 발병하는 감염병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문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것. 현재 지정된 격리병동 중에는 건물이 낙후돼 전용 엘리베이터 설치 같은 시설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곳이 적지 않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존 병원에 음압병실만 늘리는 것으로는 신종 감염병 위협에 충분히 대응하기 힘들다”며 “권역별로 감염병 전문병원을 만들어 음압시설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양=송혜미 1am@donga.com / 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