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몰에 밀려 오프라인 점포들이 경쟁력을 잃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경기가 좋다는 미국도 작년에 9000개 이상의 가게가 문을 닫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많다. 126년 전통의 ‘유통 공룡’ 시어스백화점과 완구체인점 토이저러스, 아동의류점 짐보리 등이 최근 몇 년 사이 줄줄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규모와 종류를 막론하고 변화의 충격이 워낙 커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표현한 ‘소매업의 종말(Retail Apocalypse)’이 유행어가 될 정도다.
▷뉴욕타임스는 14일자에 ‘상점을 죽이는 건 인터넷만이 아니다’라는 기사에서 온라인쇼핑몰 외에 소득 불평등과 서비스 소비 증가도 원인으로 꼽았다. 미국인들의 소득이 양극화되면서 중산층의 소비 비중은 줄고 고급 제품이나 저렴한 제품의 매출만 늘었다는 것이다. 또 단순한 상품 구매보다 헬스 교육 오락 같은 서비스 소비가 늘고 있는 것이 전통적인 상점의 몰락을 재촉하고 있다고 봤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 공포로 시장과 마트는 텅텅 비었는데 11번가와 쿠팡 배달의민족 같은 온라인몰은 주문이 밀려 제때 배달이 안 될 정도다. 한국의 온라인 매출은 2015년 전체의 30%에서 작년 41%로 늘었는데 올해는 오프라인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국의 대·소형 소매업체가 살아남는 방법은 하루빨리 온라인 유통 트렌드에 적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려운 자영업자를 응원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불경기 탓, 코로나 탓만 하며 온라인발(發) 유통혁명을 읽지 못하면 올바로 미래를 헤쳐 나갈 수 없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