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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일부 직원, 전용펀드 만들어 내부정보로 수백억 부당이익

입력 | 2020-02-15 03:00:00

최대 1조 손실 라임, 모럴해저드
금감원 “무역금융펀드 손실 숨기고 정상적인 펀드처럼 가장해 팔아
자금 빌려준 신한금융투자도 가담”
‘깡통펀드 규모 5000억’ 관측도… 보상 위한 분쟁조정-소송 본격화




“피같은 내 돈, 책임져라” 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신금융그룹 본사 앞에서 라임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보상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사모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이들의 불법 행위가 계속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환매가 중단된 펀드 중에는 아직 실사가 끝나지 않은 펀드도 있어 투자금 100%를 날리는 ‘깡통 펀드’가 계속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라임과 금융회사 일부 직원이 수익률을 조작하고 부당 이익을 챙기는 등 극심한 도덕적 해이 양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검찰 수사와 피해자의 법적 대응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운용사뿐만 아니라 이런 불법 행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펀드 판매에 급급했던 은행과 증권사, 라임이 덩치를 키울 때까지 손을 놓고 있던 당국도 사태 악화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투자 부실 은폐, 직원은 수백억 원 시세차익


라임은 펀드 부실을 숨기기 위해 한 펀드가 투자한 자산에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펀드를 직간접적으로 동원해 부실 자산을 사들였다. 당연히 떨어졌어야 할 수익률은 오히려 올랐고 상품 판매는 계속됐다. 라임은 지나치게 높은 목표수익률을 설정하고 무리하게 펀드를 운용하기도 했다.

이런 불법 행위를 걸러낼 내부 통제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일부 임직원은 오히려 자기 이익 챙기기에 몰두했다. 직원 전용 펀드를 만들고 라임이 투자할 예정이던 특정 회사의 전환사채(CB)를 미리 사들여 수백억 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라임 펀드에 돈을 빌려주며 사실상 공동 운용을 한 신한금융투자도 투자 사기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2018년 무역금융펀드가 투자한 미국 자산운용사 IIG(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그룹)에 부실이 발생했음을 알았지만 이를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매월 펀드 기준가격이 0.45%씩 상승하는 것처럼 수익률을 조작했고 최근까지도 정상 펀드처럼 가장해 투자자에게 팔았다. 다만 신한금투 측은 “고의적으로 부실을 은폐한 것이 아니며 라임의 지시로 펀드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라임과 신한금투 등을 사기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통보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라임의 불법 자전(自轉)거래와 시세조종 정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거액을 환전해 잠적한 이종필 전 라임 최고투자책임자(CIO)와 공범 2명의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 원금 다 날리는 깡통 펀드 속출할 듯

투자자들의 손실도 크게 불어날 조짐을 보인다. 라임 펀드는 몇 개의 모(母)펀드에 수많은 자(子)펀드가 연계된 형태라 원금 손실률은 한 자릿수에서 100%까지 투자자별로 천차만별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라임 투자자들이 평균 50% 안팎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자 손실이 커진 것은 총수익스와프(TRS)라는 독특한 계약 때문이다. TRS는 투자금을 담보로 증권사가 운용사에 돈을 빌려주는 것으로, 펀드가 손실을 보면 증권사에 돈을 먼저 갚아야 해 투자자의 손해는 더 커진다. 라임 측은 일단 이 계약이 담긴 펀드 중 3개 펀드 472억 원어치가 전액 손실을 봤고 2445억 원어치도 최대 손실률이 97%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아직 실사가 끝나지 않은 펀드도 합치면 원금을 거의 다 날리는 깡통 펀드 규모는 5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피해 규모가 속속 드러나면서 보상을 위한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금융당국은 불법 행위가 어느 정도 확인된 무역금융펀드에 대해서는 올해 상반기에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소송도 진행 중이다. 법무법인 한누리가 지난달 투자자 3명을 대리해 서울남부지검에 라임과 신한금투, 우리은행 관계자 등을 상대로 고소장을 냈고, 최근 투자자 35명이 라임과 펀드 판매사인 대신증권 임직원 등 60여 명을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금융당국에 대한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라임의 불건전 투자 행위를 포착해 검사에 나섰지만 결국 대규모 환매 중단과 투자자 피해를 막지 못했다. 금융위원회도 14일 사모펀드 운용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역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건혁 gun@donga.com·김자현·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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