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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연 AI 쇼핑의 미래…새로운 형태의 농수산물 쇼핑 찾아온다

입력 | 2020-02-16 15:21:00


흔히 ‘4차 산업혁명’의 대표 사례로 미국 아마존이 운영하는 무인(無人) 슈퍼마켓 ‘아마존 고’를 꼽는다. 아마존 고에는 계산대가 없다. 손님이 선반에서 원하는 제품을 집어 들고 매장을 나가면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방식이다. 그래서 아마존 고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급속한 발달에 따른 대량실직 위기를 미리 보여주는 사례로도 많이 거론된다.

사실 아마존은 계산원 인건비 부담 때문에 아마존 고를 설계하지는 않았다. 매장에 AI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을 분석하고, 자동화를 통해 고객에게 편리함을 제공한다는 게 아마존이 계산대 없는 무인 매장을 운영하는 이유다.

아마존 고 매장에는 이미지 센서를 이용한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 센서 융합기술, 가상의 쇼핑 카트, 전자 영수증, 간편 결제 기술 등 여러 미래 기술이 망라돼 있다. 매장 곳곳에 달려있는 센서를 통해 고객과 상품에 대한 정보를 인식·수집하고, 그 결과를 네트워크를 통해 클라우드 서버에 전달한 후 분석한다. ‘디지털 연결(digital thread)’의 시범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은 이곳에서 고객의 동선과 상품구매 습성, 구매 빈도와 주기, 구매 선호도, 결제 금액과 전반적인 경제력 등 대단히 정교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또 아마존 고 매장은 아마존의 유료 회원제인 ‘프라임’의 고객을 확보하고 그들에 대한 서비스를 개선하는 창구 역할도 한다. 아마존 고에 입장하려면 기본적으로 아마존 프라임, 혹은 아마존 일반 멤버십에 등록돼 있는 고객이어야 한다. 고객은 스마트폰 QR코드를 가지고 매장에 입장해야 하고, 결제수단과 개인 기본 정보를 사전에 아마존 웹사이트에 등록해놓아야 한다. 전 세계 프라임 회원은 1월말 기준 1억5000만 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마존은 2017년 인수한 유기농 식품유통업체 홀푸즈마켓을 이용해 아마존 멤버십에 온·오프라인 쇼핑을 결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프라임 고객에 한해 추가 할인 혜택을 부여하기도 하고, 영수증에도 ‘프라임 고객이면 많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문구를 표시해 적극 홍보한다.


다만 아직까지 홀푸즈마켓에서는 아마존 고와 같은 기술적인 혁신이 적용된 부분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첫째, 홀푸즈마켓은 야채나 과일 같은 신선식품이 강점인데 신선식품의 경우 고객들이 IT 기술 적용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기본적으로 식료품 매장에 이미지 인식 기술이나 센서 기술을 응용한다는 게 쉽지 않다. 공산품 대비 유통기한이 짧은 농수산물의 특성상 상품을 자주 교체해야 하는데, 이때마다 일정한 기준에 따라 상품을 정확히 분류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아마존 고와 같은 첨단 시스템이 홀푸즈마켓에까지 적용된다면 지금까지 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농수산물 쇼핑 형태가 될 것이다.

아마존은 아마존 고와 홀푸즈마켓 외에도 많은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한다. 대표적으로 서점 체인인 ‘아마존북스’와 온라인 쇼핑 고객들에게 높은 별점을 받은 상품들을 모아 판매하는 ‘아마존 4-스타’ 매장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오프라인 매장들은 제품 전시장과 팝업 스토어 역할을 하는 동시에 ‘아마존락커’(아마존 무인 택배함)를 설치하는 장소로도 활용된다. 이처럼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을 전시장이자 유통 물류의 거점으로 활용하면서 고객에게는 편리함을, 아마존에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지금까지 살펴본 아마존의 오프라인 거점들은 고객 맞춤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토대로 봐야 한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에서 보듯이, 지금까지는 유통기업이 온라인에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오프라인 고객으로부터 초정밀 데이터를 걸러내는 시대가 될 것이다.

※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90호에 실린 ‘아마존의 끝없는 오프라인 확장 전략’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 smart_phone@daum.net